대낮 인줄 알고 밤에 우는 매미들… 밝은 가로등 아래서 더 울어

입력 2010-09-28 18:07

올 여름 열대야의 짜증을 한층 더 키운 매미소리는 지나치게 밝은 야간 조명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매미 소음은 도로변 자동차 주행 소음보다 큰 것으로 측정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은 8월 21일부터 9월 5일까지 인천, 경기도 안양, 광주, 부산 등 도심지 주거지역 16곳의 주야간 매미 소음을 조사한 결과 지나치게 밝은 가로등 불빛이 밤에도 매미를 울게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측정 결과에 따르면 매미가 우는 지점의 가로등 조도는 153∼212룩스(lx)로 울지 않는 지점(52.7∼123lx)의 2∼3배 수준에 달했다.

환경과학원은 앞으로 ‘빛공해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빛 방사 허용 기준을 정하고 적절한 옥외 조명 설치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매미 울음소리는 주간 평균 77.8데시벨(㏈), 야간 72.7㏈로 도로변 자동차 주행 소음(평균 67.9㏈)보다 컸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주거지역에서 낮 65㏈, 밤 55㏈이면 소음으로 규정된다”며 “올 여름 매미소리는 성인 2명이 1m 떨어진 곳에서 대화할 수 있는 정도(60㏈)를 훨씬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매미 종별로는 말매미-쓰름매미-참매미 순으로 시끄러웠다. 최경희 환경과학원 생활환경연구과장은 “야간 매미 울음소리는 단순 소음뿐 아니라 관련 생태계의 연쇄 변화를 수반하는 의미도 담고 있어 이에 대한 연구를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