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공화랑 ‘거화추실’전… 화려함·겉치레 버린 단아한 고미술의 정수
입력 2010-09-28 17:58
국보 제240호 ‘자화상’으로 유명한 공재 윤두서(1668∼1715)의 호랑이 그림을 본 적이 있는지. 화면 상단 오른쪽에는 둥근 암석이 솟아 있고 그 옆 지그재그로 꺾여 내려온 나무는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나무 아래에는 호랑이 한 마리가 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고.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격호도(擊虎圖)’는 윤두서의 아들이 그린 것으로 부자 간에 화풍이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단원 김홍도(1745∼?)의 ‘고사관해(高士觀海)’는 기암절벽에 걸터앉은 선비가 광활한 바다 멀리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그린 것으로 소재의 선택이 독특하다. 제 눈을 찔러버린 기행(奇行)으로 잘 알려진 호생관 최북(1712∼1760)의 ‘연강귀주도(煙江歸舟圖)’는 먹의 운용에 집중한 미법산수의 전형을 보여주고, 그의 눈을 치우는 그림 ‘설청도(雪淸圖)’는 꽤 사실적이다.
서울 인사동 공화랑 공아트 스페이스에서 29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열리는 이전 개관 고미술 특별전 ‘거화추실(去華趨實)’에 걸린 작품들이다. ‘거화추실’은 화려함과 겉치레를 버리고 실질, 즉 알맹이로 나아간다는 뜻으로 한국미술의 내실 및 정수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외에서 모은 100여점의 서화와 도자기를 선보인다.
겸재 정선(1676∼1759)이 지금의 서울 옥류동 계곡에서 선비들과 모임을 갖는 모습을 그린 ‘풍계임류(風溪臨流)’는 실경산수의 최고봉으로 평가된다. 풍속화로 이름이 높았던 긍재 김득신(1754∼1822)이 노새를 타고 좁은 다리를 건너는 선비일행을 그린 ‘과교도(過橋圖)’, 궁중화가 심전 안중식(1861∼1919)이 외국인이 포함된 회식장면을 그린 ‘회식도(會食圖)’ 등이 이채롭다.
길쭉하고 잘록한 목에 풍만한 몸체를 가진 ‘백자진사포도문팔각병(白磁辰砂葡萄文八角甁)’, 푸른 빛으로 산수화를 그린 항아리형 주전자 ‘백자청화산수문호형주자(白磁靑畵山水文弧形注子)’, 학과 사슴 등이 그려진 ‘백자양각청화진사장생문필통(白磁陽刻靑畵辰砂長生文筆筒)’ 등 희귀 도자기들도 함께 출품된다. 대부분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로 가을에 우리 것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전시다(02-735-993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