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과 영토분쟁 아시아국가 여론 잡기… 日총리, ASEM서 외교전
입력 2010-09-28 22:16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다음달 초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문제를 놓고 국제 외교전을 벌인다.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은 간 총리가 당초 벨기에 브뤼셀에서 4일부터 열리는 ASEM 정상회의에 불참할 예정이었으나 27일 입장을 바꿔 전격적으로 참석키로 결정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이는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센카쿠 열도에 대한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간 총리는 특히 ASEM 회의에 참석하는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중국과 영토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 유리한 여론 조성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에는 아시아 16개국, 유럽 27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도 센카쿠 열도가 자국 영토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일본의 어선 나포와 선장 구속을 문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댜오위다오와 부속 도서는 오래전부터 중국 고유의 영토로 중국이 주권을 보유한 곳”임을 강조하면서 “중국 어선과 선원에 대한 구금과 조사를 포함한 일본의 모든 사법조치는 불법적이고 효력도 없다”는 주장을 펼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에 대한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강경책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상이 ASEM 회의에서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외교전을 펼칠 경우 일본 측이 화해의 계기로 삼기 위해 바라고 있는 중·일 정상회담은 더욱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장위(姜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보호하려면 양국이 중간지점에서 만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양국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없애기 위해 일본은 구체적인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무상이 이날 오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일본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에 대한) 영토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힌 이후 나온 것이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