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美 ‘환율전쟁’ 방아쇠 당겼다… 반덤핑관세 조치로 ‘강對강’ 충돌
입력 2010-09-29 00:27
미국과 중국이 보복적인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를 주고받은 것은 그동안 신경전 수준이었던 환율 갈등이 ‘환율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중국의 희토류 시장 장악에 대응해 미국이 희토류 생산 확대에 나서는 등 양국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보이고 있다.
반덤핑 관세 조치는 외견상 무역 마찰이지만, 그 기저에는 그동안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던 환율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 정권은 미국 경제위기 원인의 하나로 무역 불균형을 꼽고 있으며, 무역적자의 주요인이 환율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환율 정책은 다른 나라가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다”(27일, 천젠 상무부 부부장)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24일 연방하원 세입위의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개혁법안’ 통과는 환율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 법안은 환율 조작 의심 국가들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확히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하원은 이번 주 중 전체회의를 열어 이 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미 하원이 위안화 절상 압박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자, 중국 상무부는 이틀 뒤인 26일 “미국 닭 제품이 덤핑으로 판매돼 관련 산업에 상당한 피해를 줬다”며 50.3~105.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미국 상무부도 바로 27일 중국산 동파이프에 대해 “정상가격 이하로 시장을 교란시킨다”는 이유로 11.25∼60.85%의 반덤핑 관세를 매겼다. 양국의 반덤핑 조사는 지난 수개월 동안 진행돼온 것이다. 따라서 환율 갈등이 증폭되는 시점에 전격적인 관세 부과는 사실상 의도적인 보복 조치라 할 수 있다. 양국은 쇠파이프, 종이, 영화, 도서 등의 제품에서도 통상 마찰을 빚고 있다. 조만간 이 품목 등에 대한 보복 관세 조치가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환율 전쟁은 더욱 확산될 수도 있다.
환율 전쟁은 이번 주 예정된 미 연방 하원의 중국을 겨냥한 환율제재법안 처리 결과에 따라 또 한번 고비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원의 법안 통과는 환율 절상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이겠다는 확실한 정치적 의사표시여서, 환율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미국 의회가 중국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를 펴기 위한 핑곗거리를 찾지 말아야 한다”며 “양국 관계 손상을 막기 위해 이 같은 행위를 중단하라”고 경고, 법안 통과 시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와 함께 미 하원은 이번 주 희토류 기술개발과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도 처리한다. 지난주 하원 과학기술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중국의 희토류 시장장악을 견제하기 위해 나온 미국의 첫 조치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에너지부와 국방부도 미국 내 희토류 생산 확대 방안과 군의 의존도 등을 조사한 뒤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