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故 손양원 목사에게 길을 묻다

입력 2010-09-28 19:32


백범 김구는 1949년 4월 17일 ‘서울신문’ 칼럼에 이렇게 썼다. “공산당을 진정으로 이긴 사람은 손양원 목사이다.…이 땅의 정치가들에게도 손 목사와 같은 아량과 포용성과 수완이 있다면 공산주의도 이길 수 있고, 남북통일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가 주관한 산돌 손양원(사진)목사 순교 6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이 28일 오후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에서 열렸다. 두 아들을 살해한 공산당원을 양자로 삼은 손 목사에 대한 백범의 평가를 새롭게 조명한 고신대 이상규 교수를 비롯, 발제자들은 현재 한국교회가 손 목사의 신앙에서 배워야 할 점들을 짚어봤다.

이 교수는 해방 이후 5년간 손 목사의 목회 활동을 분석하며 “애양원교회에서의 목회 활동은 ‘수신진덕(修身進德)’의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손 목사가 ‘애양원을 사랑하게 하옵소서’라는 노래를 만들어 늘 불렀던 점에 대해 “내면에 이는 갈등의 반영이며 주님의 명령에 따르는 순종의 과정”으로 해석했다. 즉, 손 목사의 신앙을 ‘따르기 어려운 것’으로 높이기보다는 그에 이르기까지의 인간적 노력에 주목하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해방 후 순교 직전까지 93개 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하며 2000여 회의 설교를 했던 손 목사가 집회 때마다 먼저 읽었던 글도 소개했다. ‘성경원리 잘 모르고 내 지식대로 거짓말하지 말 것’ ‘간증 시에 침소봉대하지 말 것’ ‘나도 행하지 못하는 것을 남에게 짐 지우지 말 것’ ‘내 한마디에 청중의 생사가 좌우되는 것을 알고 말에 조심할 것’ 등이다. 또한 음식을 대접받을 때에도 ‘주님 대신 받는 대접이니 대접 받을 자격 있는가 살피라’ ‘입맛에 취해 먹지 말고 일하기 위하여 먹으라’고 자신을 성찰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한센병 환자를 위한 ‘구라(救癩) 선교’에 보다 초점을 맞춘 공주교대 최병택 교수는 손 목사의 ‘전쾌(全快)’ 이론을 기독교가 사회복지 사역에 있어서 계승해야 할 원리로 제시했다. 애양원을 설립한 윌슨은 기독교 신앙을 ‘한센병 환자가 타락하지 않고, 치료를 인내하게 하는 원천으로 도움이 된다’는 정도로 봤다면 손 목사는 ‘그리스도의 재림으로 병은 전쾌될 수 있으므로 의료적 치료보다 신앙 생활이 먼저’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참석한 양현혜 이화여대 교수는 “손 목사는 교단의 종교 권력 중심에 있지도 않았고, 신학교 강단을 주도한 신학자도 아니었지만 복음을 온 몸으로 살아낸 그의 신앙적 진정성은 더욱 주목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