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무엇으로 이 땅을 천국으로 만들 것인가 ‘모든 사람을 위한 마태복음’
입력 2010-09-28 17:51
모든 사람을 위한 마태복음/톰 라이트 지음, 양혜원 옮김/IVP
20∼30년 후의 눈으로 2010년을 본다면? 아마 마음속 각오의 강도가 다소 올라가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봄의 눈으로 차디찬 겨울을 바라보고, 통일의 눈으로 분단의 현실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난다. 절망보다는 희망에 훌쩍 다가가 있는 자신의 마음을 발견할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지금을 본다면 어떨까.
톰 라이트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신약학 교수는 최근 번역된 ‘모든 사람을 위한 마태복음’(IVP)에서 하나님 나라의 눈으로 현실을 볼 것을 도전하고 있다. 그는 “이것은 곧, 미래의 방식으로 현재를 살라는 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소개된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IVP)에서도 이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천국은 우리가 가는 곳이 아니라 오히려 천국이 이 땅의 우리에게로 내려온다. 이 같은 ‘하나님 나라’ 해석은 온갖 종류의 이원론에 대한 분명한 거절이다.” 그의 ‘마태복음’은 하나님 나라를 위한 그리스도인들의 행동강령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의 ‘팔복’ 가르침 역시 미래의 눈으로 볼 때에만 이해가 되는 것이라고 라이트는 설명하고 있다. 그 미래는 나사렛 예수를 통해 현재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얼핏 팔복은 이 세상의 방식과 거꾸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팔복이야말로 올바로 된 것이라고 대담무쌍하게 믿도록 부름을 받았다”고 강조한다. 예수님의 산상수훈 역시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나라의 방식을 삶의 목표로 갖고 살아야 할 것을 도전한다.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은 그 과정에서 저절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현대 문화는 끊임없이 어린이나 장애인, 만성질환자, 노인, 난민, 여성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걸러내려고 한다. 예수님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이야말로 수호천사들이 하나님의 얼굴을 친히 뵐 만큼 존귀한 자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을 부끄러워하고 얼굴을 돌린다. 라이트는 그 이유를 “우리가 하나님께 등을 돌린 증거”라고 밝히고 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과감하게 도전하신다. 가난한 자에게 주지 않으려는 ‘손’을 잘라버리고, 무료 급식 봉사에 가지 않으려는 ‘발’을 잘라버리고, 우리 사방에 있는 연약하고 무력한 사람들을 보지 않으려는 ‘눈’을 뽑아버리라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에 어울리는 습관과 태도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수단으로 세워진다. 하나님이 선택하신 수단은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이다. 하나님은 이 세상의 악을, 이 세상의 증오와 잔인함과 조롱과 폭력과 협박을 가장 가혹한 방법으로 다 받으셨다. 라이트는 단호한 어조로 “이런 예수님에 대해 어느 누가 기독교 신앙이 현실 세계와는 아무런 상관 없다고 말하는가”라고 되묻고 있다.
예수님은 이처럼 죽음, 부패와 온갖 종류의 악이 지배하는 모든 주어진 상황에서 시작해 사랑의 통치를 점점 확장시켜 나가신다. 그 일은 바로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에게 맡겨졌다. 따라서 위임받은 사람들이 하는 만큼 하나님 나라는 확장되게 돼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하나님 나라를 떠맡기에 교회(그리스도인)는 너무나 많은 잘못을 했고, 교회는 지금 희망이 아닌 절망의 대상이 돼 있기 때문이다. 라이트는 말한다. 마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 실현할 책임을 받은 것이다. 이것이 하나님 나라가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 임하게 해 달라는 기도에 대한 응답이다. 거기엔 선택이나 머뭇거릴 여지가 없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