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명절
입력 2010-09-28 17:50
“아들이 아비를 멸시하며 딸이 어미를 대적하며 며느리가 시어미를 대적하리니 사람의 원수가 곧 자기의 집안 사람이로다”(미 7:6)
주중에 낀 추석 덕분에 꽤 길게 느껴진 명절연휴 후 가족 간의 고된 명절증후군을 치르고 있는 이들을 보며 떠오른 성경구절이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며 쓴 웃음을 지을 독자가 꽤 되리라. 매년 명절 때면 주변에서 가족끼리 싸우거나 상처받은 이야기를 적잖이 듣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의 월별 이혼소송 조사에 따르면 설 연휴 직후인 2월에 2458건, 추석 연휴 직후인 9월은 2370건으로 평소보다 배 가량이 접수된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이혼증가율이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 번째라는데, 이런 불명예에 명절이 크든 작든 기여를 한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왜 오랫동안 못 본 가족들이 모여 정을 나누고 모처럼 즐거워야 할 명절이 이런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을까? 가장 큰 이유는 그 명절의 중심에 하나님과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함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성경에 나오는 이스라엘의 절기에는 유월절, 오순절, 초막절, 수전절, 속죄절, 부림절 등이 있는데 이러한 절기들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구원하신 사건들과 연관되어 있고, 보호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고 감사하는 계기가 된다. 또한 교회에서도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건을 기념하는 대강절,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오순절 또는 성령강림절 등이 있다. 이처럼 교회의 절기에는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은혜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성령님의 능력이 분명히 드러나 있고 이 절기를 기념할 때마다 우리에게 부어진 그 큰 은혜를 기리며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명절 상차림은 분명 과거에 비해 너무나 풍요로워졌다. 이렇게 된 것은 가정을 지키고자, 자식을 잘 키우고자 쉼 없이 애쓰는 부모님의 은혜,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어준 형제 자매의 덕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고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 무엇보다 우리 민족에게 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복 때문이다. 그러므로 명절은 함께 모여 감사하고 서로 축복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 명절증후군, 의무감에 밀려 부담스럽게 치르는 요란스러운 명절나기를 하나님은 기뻐하지 않으신다. “사랑이 있는 곳에서 풀을 먹으며 사는 것이 서로 미워하면서 살진 송아지를 먹는 것보다 낫다”(잠 15:17)고 분명히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혹시 이번 추석에 명절증후군으로 속앓이를 했다면 다음 설부터라도 명절의 중심에 우리 주 하나님을 모시고, 하나님이 기뻐하실 명절나기를 해보자. 술과 노름, 폭식보다는 모든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문화를 시도해보고, 그리고 무엇보다 명절 때면 손에 물기 마를 새 없는 아내들을 위해 일을 나누어 돕는 것이 어떨까?
이철 연세의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