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레터스 투 줄리엣’] 伊 베로나서 50년전 첫 사랑 찾아주기
입력 2010-09-28 17:39
아름다운 영상과 서정적인 음악, 가슴 뛰는 로맨스까지. 여름내 찾아볼 길 없었던 고요한 할리우드식 멜로 영화가 개봉한다. ‘맘마미아’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아만다 세이프리드가 주연한 ‘레터스 투 줄리엣’은 멜로 영화를 기다려온 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영화다.
셰익스피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도시이기도 한 이탈리아의 베로나. 베로나의 관광 명소 ‘줄리엣 하우스’에는 해마다 전 세계에서 찾아온 여성들이 줄리엣에게 편지를 남기고 간다. 남자친구와 함께 베로나를 찾은 작가 지망생 소피는 이 곳에서 50년 전에 쓰여진 편지 한 통을 발견하고, 편지 속의 안타까운 사연에 마음 아파하다 답장을 보낸다. 편지는 돌담 틈에 끼워져 있어 50년 동안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이다.
뜻밖에도 며칠 후 편지 속 주인공 클레어가 손자 찰리와 함께 나타난다. 클레어는 소피의 편지를 받고 용기를 얻어 반세기 만에 첫사랑을 찾기로 결심했던 것. 소피와 클레어, 찰리 세 사람은 클레어의 첫사랑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영화의 잔잔한 여운과 더불어 눈길을 끄는 것은 작심하고 홍보해주는 것 아닌가 싶기까지 한 이탈리아 곳곳의 풍광이다. 중세와 르네상스의 흔적이 남아있는 도시 시에나는 물론이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속삭였다는 ‘줄리엣의 발코니’,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을 가진 ‘줄리엣 동상’ 등이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의 젤라또와 와이너리, 치즈 공장 등 종합선물세트라 할 만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당장이라도 베로나로 날아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고 싶을 정도. 영화에 등장하는, ‘줄리엣의 발코니’에 쌓인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해주는 베로나 시 공무원도 실제로 존재하는 직업이라고 한다.
영화는 자극적이지도 선정적이지도 않지만 관객들의 마음속에 사랑과 시간에 대한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귀와 눈이 정신없는 영상물의 홍수에 지친 관객들에게는 휴식 같은 영화가 될 듯. ‘맘마미아’에서 메릴 스트립의 사랑스러운 딸 역할을 맡아 인기를 모았던 아만다 세이프리드는 이제 영화 한 편을 온전히 이끄는 여주인공으로 손색이 없는 느낌이고, 찰리 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이건의 매력도 곳곳에서 빛난다. ‘테일러 스위프트의 ‘러브 스토리’ 등 영화 곳곳을 수놓는 배경음악은 ‘나인’의 음악감독 안드레아 구에라가 맡았다. 7일 개봉. 12세 관람가.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