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애로계층 규모 ‘요동’ 지난 여름 고용시장엔 무슨 일이…

입력 2010-09-27 21:55


지난 여름 고용시장 취약층인 ‘취업애로계층’ 수치가 크게 요동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220만명을 넘어섰던 취업애로계층은 경기 회복과 함께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 7월 갑자기 200만명선 턱밑까지 치솟은 뒤 8월 다시 180만명대로 내려섰다. 변덕스러웠던 장마철 날씨에 건설현장 일감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고용시장 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폭우와 함께 급등락한 취업애로계층=27일 본보가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고용통계 원자료(마이크로 데이터)를 토대로 집계한 지난달 취업애로계층은 180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만2000명 줄었다. 올 들어 지난 6월까지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오던 취업애로계층은 지난 7월 197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10만명이 늘었다가 불과 한 달 만에 급락세로 돌아섰다.

통상 7∼8월은 고용시장의 비수기에 해당한다. 장마와 무더위로 일감 자체가 줄어드는데다 상반기 여름 졸업생을 위해 기업들이 열어둔 취업문도 닫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7월까지 취업 의사를 갖고 고용시장에 뛰어든 구직자 가운데 상당수가 8월 들어 비경제활동인구로 들어간 것이 원인”이라며 “이들이 하반기 공채가 시작되는 10∼11월쯤 다시 고용시장으로 진입하면서 취업애로계층 수치를 늘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6월 말로 끝난 희망근로사업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지방자치단체별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의 모집 효과도 7월 급증세에 일부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에 속했던 이들이 지역공동체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고용시장에 나섰다가 취업애로계층 수치를 부풀리는 데 한몫 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7월 (취업애로계층) 수치를 계산해 보고 이상하다고 느꼈다”며 “추세적 흐름을 벗어난 노이즈(비정상적 움직임)일 가능성도 있고, 지자체별 일자리 사업이 희망근로처럼 취업 희망자를 늘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취업애로계층 공식화 제동 걸리나=정부는 당초 취업애로계층 추이를 지켜본 뒤 연말쯤 통계청이 발표하는 공식 ‘고용동향’ 통계에 포함시킬 방침이었다. 그러나 7월 급증세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명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자 공식화 일정에서도 발을 빼는 모습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취업애로계층은 사실상 실업자를 포괄하기 위해 만든 개념이지만 경기를 읽는 데 실업률을 대체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취업애로계층 급등락세가 오히려 고용시장의 현주소를 정확히 보여준다는 견해도 있다. 고용지표 자체가 실제 경기 흐름을 뒤늦게 반영하는 경기후행지표지만 하반기 들어 대외 경제 불확실성이 다시 불거지면서 고용시장의 불안감이 커져 취업 의사를 밝히는 응답도 오락가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간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기업은 고용을 늘리는데 주저하고, 위기국면에서 눈높이를 낮췄던 취업자는 고용시장에 새로 나서기를 두려워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