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 ‘현대건설 인수전’ 공식 출사표

입력 2010-09-27 21:56


현대자동차그룹이 27일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일찌감치 현대건설 인수를 준비해온 현대그룹과 경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1947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설립한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나 현대그룹 모두에게 있어 모태나 다름없다. 결국 양측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동력 강화 및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현재 시공평가 1위인 현대건설 매각 입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 내 자금력으로 독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인수의향서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현대건설 인수 시 원전 같은 친환경 발전사업 분야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또 해외 고속철도사업(현대로템) 등과의 연계는 물론 건설자재(현대제철)의 안정적 조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에 외부의 전략적·재무적 투자자가 참여할 경우 과도한 경영권 요구 등 부담이 있어 내부 자금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해도 7조원에 달한다. 즉 현대건설 인수가격이 최대 4조원 규모로 전망되는 만큼 큰 부담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입장 발표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이 어려웠을 때는 지원을 외면하다가 현대건설이 정상화되자 현대그룹과 경쟁하겠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예정대로 10월 1일 이전 현대건설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현대건설 인수에 명분과 시너지 효과를 강조해 왔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건설을 인수해 현대상선과 더불어 그룹 대표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략적 투자자 등과 함께 꾸준한 준비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1조5000억원 정도인 현대그룹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인수는 명분이 아니라 결국 누가 더 높은 가격을 써내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