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분석] 지하철역 인근 서민 주거지역에 ‘짐승들’ 많이 산다

입력 2010-09-27 21:53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거주벨트는 주로 교통이 편리한 대도시·중소도시 서민 주거 지역에서 발견됐다. 조두순 김길태 등 흉악한 성범죄자가 살던 곳 인근에 거주벨트가 형성돼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성범죄자 재범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같은 지역에서 제2의 조두순, 제2의 김길태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범죄 전문가들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계도와 재사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하철역 가까운 곳에 거주벨트=성범죄자 거주벨트는 수도권에 많았다. 경기도 시흥·안산시뿐 아니라 부천시와 성남시, 서울 구로·금천·영등포구와 동대문·중랑구를 각각 잇는 일부 동(洞)에 거주벨트가 있다. 지하철역이 가까운 곳에 거주벨트가 형성된 것이 특징이다.

부천시는 원미구 심곡동(5명)과 소사구 소사본동(7명), 심곡본동·송내동(각 2명)에 비교적 성범죄자가 많이 거주했다. 역시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전철 1호선이 가까워 일자리 접근성이 좋은 곳이다. 성남시의 경우 수정구 태평동(6명)과 신흥동(2명), 중원구 금광동(7명), 중동(2명)에 동서 일자라인으로 거주벨트가 만들어졌다. 분당선과 지하철 8호선이 지나고, 일자리가 많은 서울 강남과 가깝다.

부산은 북구 금곡·구포동(각 5명)과 부산진구 범천동·전포동(각 4명) 부암·양정·초읍동(각 3명), 사상구 주례동(4명)에서 거주벨트가 발견됐다. 광주는 서구 쌍촌동(6명) 화정동(4명), 북구 운암·두암동(각 5명) 중흥동(3명)이 거주벨트였다. 그 외 지역에서는 청주 흥덕구 봉명동(5명) 복대·수곡동(4명) 가경동(3명)에서 거주벨트가 나타났다.

◇거주벨트는 피해 조건도 충족=서울 중랑경찰서 유미호 생활안전과장은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거주벨트로 확인된 중랑구 면목동·중화동·망우동 지역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상당히 낙후됐고 집값도 쌉니다. 7호선으로 연결돼 있어 강남으로 출퇴근하기 쉽습니다. 부인이 돈 벌러 가면 남자 혼자서 술 먹고 공원 같은 곳을 배회하다 애들에게 성적(性的) 관심을 갖는 거죠. 피해자 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가 다 돈 벌러 나가 부모 관심 밖에 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성범죄자 거주벨트가 반대로 피해 조건도 충족시킨다는 의미다. 이 거주벨트에 있는 가정은 대부분 부모가 맞벌이를 한다. 이들 역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계층으로 거주비용이 낮고 일자리 접근성이 좋은 곳을 택했다. 지난 6월 서울 장안동 어린이 성폭행 사건이 이런 지리적 조건에서 일어났다. 피해 어린이 집은 부모가 일터로 나가 비어 있었다. 가해자는 같은 동네 20대 남성이었다. 거처가 없어 강남 유흥주점에서 일하다 만난 여종업원이 세든 집에 얹혀살았다.

대부분 성범죄자 거주벨트는 인구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큰 곳이라는 특징이 있다. 자주 이사를 오고 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강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 구성이 이질적인 사회에서 지역 유대가 약해지고 사회 통제도 느슨해지는 성향이 있다. 이런 지역에서 범죄가 많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청소년 대상 성범죄뿐 아니라 다른 범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성범죄자들은 대부분 거주벨트에 살고 있었다. 지난 2월 여중생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김길태는 부산 성범죄자 거주벨트와 가까운 사상구 덕포동에 거주했다. 지난 6월 학교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한 김수철은 영등포구 영등포동이 거주지였다. 영등포동은 성범죄자 5명이 살던 곳이어서 인접한 신길동(5명) 대림동(4명) 구로구 구로동(7명) 금천구 독산동(7명) 등 과 더불어 성범죄자 거주벨트의 일부다.

◇범죄 예방 어떻게=성범죄자 거주벨트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범죄 예방 활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각 지역 경찰서는 현재 관리·감독 대상을 등급별로 정해 두고 일대일 전담제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지역 파출소 근무 경찰관으로 하여금 매달 성범죄자를 찾아 거주지 변동을 살피고 주변 사람에게 최근 그가 특이한 행동을 했는지를 알아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범죄를 제대로 예방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무엇보다 경찰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 박대식 생활안전과장은 “과거에는 흉악범이었을지 몰라도 아직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을 관리하는 것은 자칫 인권 침해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자를 경찰이 관리·감독할 수 있는 관련 법 조항도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범죄 전문가들은 보호관찰제도를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거주벨트에 폭넓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자를 단순한 감시대상자로 여기기보다 여전히 사회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계도하는 게 중요하다”며 “출소 뒤 2년까지 재범 위험성이 높으므로 이 기간 보호관찰소 교육 등을 통해 이들이 준법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규식 민주당 의원도 “성범죄자를 무조건 지역에서 내쫓기보다 경찰과 지역사회가 합심해 이들이 재범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활동을 펼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별기획팀=김호경 권기석 우성규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