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5년간 714만명 줄줄이 은퇴… “베이비부머 모셔라” 금융시장 전운
입력 2010-09-27 18:28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겨냥한 금융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노후보장용 금융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955∼63년 태어난 국내 714만명(전체 인구의 약 15%)의 베이비붐 세대는 향후 5년 사이에 차례로 은퇴 기로에 놓이게 된다. 우리보다 앞선 2007년 베이비붐 세대(단카이 세대·團塊世代)의 은퇴가 시작된 일본 금융상품을 모방한 상품도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건강부터 손자 사랑까지…‘일본을 배워라’=일본은 여러모로 국내 금융기관에 타산지석의 본보기다. 일본은 90년대 초반부터 부동산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재테크 수단으로 금융상품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 전체 1456조엔의 가계 금융자산 가운데 37.2%가 ‘단카이 세대’를 포함한 60대에 몰려 있어 금융기관들은 이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일본 금융업계는 2007년 이후 자산관리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는 한편 부유층을 겨냥한 회원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단카이 세대를 고정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미쓰비시도쿄 UFJ은행은 금융자산 1000만엔 이상의 부유층이 가입한 퀄리티라이프 클럽을 대상으로 외화예금 수수료 우대, 24시간 전화상담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도 거래잔액 500만엔 이상의 50세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SMBC클럽 50’s’를, 스미토모신탁은행도 ‘신탁세대 클럽’을 운영하며 각종 금리혜택과 부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퇴직금 수령 직후 3∼4개월간 파격적인 적금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손자 손녀 용돈을 벌게 하기 위한 이색적인 증권 투자상품까지 개발하는 등 퇴직자 맞춤형 서비스가 속속 등장했다.
◇‘예금보단 자산관리’…걸음마 시작한 한국=기업은행 개인고객부 김용범 과장은 “한국 고객들은 연금식 적금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원리금을 연금처럼 나눠 받기보다는 원금은 보전한 채 이자생활을 하고 싶어한다는 의미다. 사실상 노후보장보다는 자산불리기 성향이 강하다. 김 과장은 “우리나라는 일본 같은 실속형 상품보다는 재테크 비중이 더 큰 단기 고금리 상품을 선호한다”면서 “은퇴자들을 위한 자산관리에 중점을 두는 새로운 상품 개발에 들어간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은행들은 은퇴자를 겨냥해 주로 연금식 적금상품을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의 ‘WINE 정기예금’, 신한은행의 ‘뉴라이프 연금예금’, 기업은행의 ‘100세 통장’ 등이 모두 연금식으로 구성된 상품이지만 시장 반응은 생각보다 싸늘하다.
반면 은행의 프라이빗 뱅킹(PB)과 보험 및 자산운용사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하나은행 압구정 골드클럽 이연정 팀장은 “평생 샐러리맨으로 살다 은퇴하면 아무래도 재테크에 대한 개념이 부족하다 보니 PB센터를 많이 찾는다”면서 “처음 수개월간은 투자 포트폴리오와 리스크 관리 개념부터 설명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은행 골드클럽은 이를 위해 적어도 두 달에 한번은 고객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투자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향후 수년 안에 회원제 서비스 등 일본에 버금가는 차별화된 서비스들이 은퇴자들을 겨냥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