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포 탄약운반장갑차 개발, 엉터리 조사 토대로… 軍, 1조2000억원대 사업 강행
입력 2010-09-27 22:03
군이 엉터리 타당성 조사를 토대로 1조2000억원이 넘는 자주포 탄약운반장갑차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밝혀졌다.
국방부가 2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K-55 탄약운반장갑차 감사 결과’에 따르면 육군은 자체 타당성 분석을 통해 2006년 K-55 자주포에 탄약을 보급해온 기존 5t 탄약차를 대신하는 탄약운반장갑차를 개발·보급하기로 확정했다. 사업에는 지난해 51억원이 투입되는 등 2008∼2011년 연구·개발에 162억원이 쓰일 예정이다. 또 2012∼2021년 1조2774억원을 투입해 700여대를 생산할 방침이다.
문제는 육군의 타당성 분석이 날조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육군은 2006년 분석에서 탄약운반장갑차를 도입하면 기존 5t 탄약차가 대대 당 9대 감소하고, 병력도 9명 절감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작전 효과는 5.33배 증가하고, 탄약차 개발에 드는 비용은 기존 5t 탄약차를 생산하는 비용에 비해 5.34배 늘어 비용 대비 효과가 대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감사원은 지난해 감사에서 탄약운반장갑차가 도입돼도 기존 5t 탄약차는 대대 당 9대가 아닌 3대 감소한다고 밝혔다. 병력 절감 부분도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탄약운반장갑차가 도입되면 운영 인력 9명이 감소하는 것은 맞지만 보고서에서는 정비 인력 8명이 증가하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감소 인원은 1명에 불과한 셈이다. 감사원 분석으로는 작전 효과가 5.19배 증가하는 반면 개발 비용은 7.07배나 늘어 이 사업은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더욱이 군은 탄약운반장갑차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AHP 분석’(다기준 의사결정) 내용도 왜곡했다. 군은 탄약운반장갑차를 개발하면 5t 탄약차보다 적재 및 보급 시간이 각각 50분과 36분 줄어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5t 탄약차는 115발, 탄약운반장갑차는 85발 적재를 기준으로 해 시간을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감사원 감사 결과 여러 문제가 드러났지만 방위사업청은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또 육군은 지난 6월에야 한국산업개발원과 21세기연구소에 타당성 분석을 재의뢰하며 오는 12월까지 탄약운반장갑차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