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입양 한인 드장브르 등 해외 유명 셰프 7명 “한식, 세계에서 인정받을 것”

입력 2010-09-27 19:14


한식은 지금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역사와 정체성을 갖고 있는 음식이어서 세계화는 시간문제다.

27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 자리를 같이 한 세계적인 셰프 7명이 내린 결론이다. 서울관광마케팅(대표이사 구삼열)과 한식재단(이사장 정운천)이 한식 세계화를 위해 공동 주최한 ‘서울 고메 2010’ 이틀째인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와 포럼에서 참가자들은 간장 된장 김치 등 우리나라의 발효음식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출신으로 4세 때 벨기에로 입양된 후 분자요리의 대가로 성장한 상훈 드장브르는 “한 나라 음식의 정체성은 양념과 조미료에 있는데 한국은 다양한 발효 소스와 양념을 갖고 있어 세계 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기농 계절 요리의 대가’로 꼽히는 스페인의 페르난도 델 세로도 “간장 등 한국 소스는 야채 등과 잘 어우러지며 특히 풍미가 뛰어나다”고 치켜세웠다.

팬시 푸드 전문 파티셰인 이탈리아의 루이지 비아제토는 “오미자차에서 나는 쓴맛이 인상적”이었다면서 특히 발효식품에서 한국문화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공 저온 조리법의 개척자인 프랑스의 개척자 브루노 구소도 “발효 음식 중 젓갈음식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며 자신의 요리에 접목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진취적인 이탈리안 퀴진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칼로 크라코는 “한국의 김치 발효과정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발효음식에 깊은 관심을 보이면서도 한식의 세계화에 이들을 첨병으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선 이견을 보였다. 프랑스 오트 퀴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미셸 트와그로는 “서구에서 발효는 ‘실수’ 등의 좋지 않은 뉘앙스를 갖고 있는 데다 김치는 서구인의 입맛에는 너무 강하다”면서 김치 등 발효음식은 한식이 알려진 다음 선보이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는 일본이 처음 해외에 진출할 때 데리야키를 먼저 선보여 일식에 친숙하게 만든 뒤 스시를 내놓은 것을 예로 들었다.

드장브르는 “김치 등 발효식품의 영양을 학술적인 논문을 통해 널리 알리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전통은 매우 중요하지만 세계화를 위해선 현지인의 입맛과 조율을 거쳐 조화를 이루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주최 측이 미리 보낸 간장 고추장 된장 등 한식재료를 사용해봤고, 26일 시장 등을 돌아봤던 이들은 우리 식자재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하고, 자신의 메뉴에 활용하고 싶다면서도 “한식의 세계화는 한국 출신 셰프들의 몫”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식 세계화를 부르짖으면서도 제대로 된 한식전문조리학교 설립 계획조차 없는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부가 한 일이라곤 농림수산식품부가 최근 한식조리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3개의 특성화학교를 지정한 게 전부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