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 된 G2 중국의 파워] 中, 자원전쟁 이기기 위해 ‘검은손’까지 덥석
입력 2010-09-27 17:54
②전 세계를 향한 중국의 무차별적 자원확보 전쟁
중국이 G2로 발돋움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전 세계를 향한 자원전쟁이다. 자원 확보를 위해서라면 투자는 물론 무역 보복,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일본과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도 결국 풍부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차이나 달러(중국이 보유한 달러)를 기반으로 한 자원 확보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무기가 되고 있다. 동시에 국제사회의 견제와 비난도 초래하고 있다.
◇전 세계 자원 싹쓸이=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은 올 상반기에만 전 세계 111개국 1841개 기업에 178억4000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2조5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인 중국은 차이나 달러를 이용해 전 세계 자원을 싹쓸이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2일 존 아타 밀스 가나 대통령이 중국으로부터 에너지, 농업, 수송 분야 등 국가기반시설 구축자금으로 130억 달러 차관을 제공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 차관에는 중국개발은행이 가나의 석유, 가스 개발시설 구축과 농업개발을 위해 제공하는 30억 달러가 포함돼 있다. 지난 7월에는 중국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중국알루미늄공사(치날코)와 세계 3위 광산업체 호주 리오틴토가 각각 47%와 53%를 투자해 합자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이는 아프리카 기니의 시만도우 철광석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니 시만도우 광산은 미개발지로는 세계 최대인 22억5000만t의 철광석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중국의 해외 자산 확보 규모는 자원 및 에너지를 중심으로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최근 헤리티지재단 등의 통계를 근거로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의 해외투자 규모가 아프리카 622억 달러를 비롯해 총 356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자원 외교 통한 영향력 확대=중국의 자원 확보는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함께 국제적인 영향력 확대라는 2마리 토끼를 겨냥하고 있다. 지난 5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6년 만에 미얀마를 방문했다. 미얀마 서부 시트웨항에서 중국 윈난(雲南)성을 잇는 길이 2380㎞의 천연가스관 건설공사 착공 서명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엄청난 천연자원 선점과 지역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인도를 염두에 둔 행보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북쪽으로 약 280㎞ 떨어져 있는 포르투 도 아쿠 항구에선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철광석과 석유 등을 실어 나를 부두건설이 한창이다. 올 상반기 브라질에 대한 중국 투자는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과거 중국의 대브라질 투자를 모두 합친 금액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브라질 자원 확보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지만 반미 성향이 강한 남미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려는 의도도 있다.
중국이 지난해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3년 동안 100억 달러를 유상원조하기로 하는 등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맥스웰 음퀘잘람바 아프리카연합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7월 아프리카연합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해 ‘서방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협력 개발 파트너’로 선언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자원 확보를 위한 중국의 공격적 행보에 국제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자원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불량국가와도 손을 잡는다.
홍콩에 기반을 둔 중국인터내셔널펀드(CIF)는 시위를 벌이던 민간인 150여명을 사살한 기니 정부와 지난해 70억 달러 규모의 광물자원 개발협정을 맺었다. 2007년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미국과 유럽 국가들로부터 경제 제재 조치를 받고 있는 미얀마에 대해서도 엄청난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올 들어 부쩍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핵 개발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 및 북한과의 경협 강화도 자원 확보와 무관치 않다.
최근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이 대량 매장돼 있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공세적인 영유권 다툼으로 일본, 아세안 및 미국과 갈등을 빚으면서 지역정세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