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제천, 韓方도시를 향한 변신
입력 2010-09-27 09:47
충북 제천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가 사람들로 연일 북적댄다고 한다. 지난 16일 문을 연 이후 26일까지 입장객이 50만명을 돌파했다. 하루 평균 4만5454명 꼴이다. 외국인도 1만명이나 다녀갔다. 이런 추세라면 폐막일인 다음달 16일까지 당초 예상했던 105만명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행사장에는 국내 최초의 한방엑스포라는 성격을 반영하듯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많다. 13개 전시관 중 특히 미래한방관과 약초탐구관, 전통한의원이 문전성시다. 관람객들이 놀이하듯 즐기면서 한의약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체험형 전시관이기 때문이다. 미래한방관에서는 경락의 흐름을 보여주는 3D 애니메이션이 인기고, 약초탐구관의 샤워부스는 제천에서 나는 황기의 자연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으며, 전통한의원은 조선시대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여기서 궁금한 것이 인구 14만의 제천에서 어떻게 이런 국제행사를 기획했을까, 왜 제천이 ‘한방’이라는 브랜드를 들고 나왔을까 하는 점이다. 알고 보니 제천은 한방과 인연이 많았다.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산간지방에서 채취되는 한약재의 집적지였다. 지금도 1800여 농가가 약초를 재배하거나 가공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다. 여기에다 지역에 자리잡은 세명대 한의대가 과학적 연구시스템을 지원하고 충북도가 전통의약산업센터를 짓는 등 한방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제천의 브랜드 파워는 약했다. 의림지를 내세워 농경문화의 중심임을 강조하거나, 울고 넘는 박달재를 통해 복고풍 이미지를 앞세웠다. 그러나 모든 지역이 그렇듯 관광 하나만으로는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부족하다. 그래서 제천시는 약초의 고장이라는 전통에다 월악산과 충주호 등 청풍명월의 자연조건을 보태고, 수도권에서 2시간 거리라는 접근성을 살려 ‘건강휴양도시’라는 비전을 찾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제천이 한방산업의 중심도시라는 지위를 따낸다는 보장이 없다. 강력한 라이벌이 있기에 그렇다. 그것은 조선조부터 3대 약령시로 일컬어져 오던 대구나 원주, 전주가 아니라 2013년에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리는 경남 산청이다. 최근 국새 파동으로 이미지에 금이 조금 가기도 했지만 산청은 여전히 의성(醫聖) 허준의 후광을 업은 채 전통의약의 메카를 꿈꾸고 있다. 제천과 산청, 현대판 약령수도를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가 볼거리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