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의회 ‘서울광장 조례’ 공포…집회·시위 신고제로
입력 2010-09-28 00:10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이 27일 서울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허용하는 내용의 조례를 직권 공포했다.
자치단체장이 지방의회를 통과한 조례안을 공포하지 않을 경우 시의회 의장이 대신 공포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에 따른 조치다.
조례 효력은 공포 즉시 발생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론 이날부터 신고만 하면 누구나 서울광장에서 집회와 시위를 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하려면 서울시로부터 광장사용 허가를 받은 뒤 경찰서에 집회를 신고하도록 돼 있으나 앞으로는 시와 경찰서에 각각 광장사용 신고와 집회 신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원하는 날짜에 서울광장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11월 중순까지 20여건의 행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행사를 위한 무대 설치와 해체 등을 위해 하루 내지는 이틀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집회 일정을 잡기가 녹록지 않다. 게다가 서울광장 설립 목적에 위배되거나 폭력 등이 우려되는 집회와 시위에 대해서는 광장운영시민위원회가 거부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광장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광장이라 부를 수 있다”며 “서울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조례개정안을 발의해 통과시키고 직접 공포한 서울시의회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나친 집회와 시위로 서울시민의 휴식 공간이 침해받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허 의장은 “(조례 공포로) 혹자는 서울광장이 무질서하고 소란스러운 공간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민주시민의 의식을 우롱하는 편협되고 닫힌 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시는 법적 검토를 거쳐 이달 말 대법원에 조례개정 무효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시의회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조례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내지 않기로 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