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슨상 수상 이승만 목사, “성장하는 한국교회 ‘민족화해’ 사명 되새겨야”
입력 2010-09-27 20:57
“한국 교회가 이처럼 성장한 것은 과연 어떤 사명을 위해서일까요. 바로 ‘민족 화해’입니다. 교회가 교회다운 사명을 다할 때 우리 한민족은 반드시 화해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화해자’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장로교회(PCUSA)로부터 지난 7월 ‘톰슨 상’을 받은 이승만(79·사진)목사가 한국 교회에 전하는 말이다. 2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가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주최한 톰슨 상 수상 축하예배 참석차 한국을 찾은 이 목사를 만나봤다.
톰슨 상은 PCUSA에서 교회와 사회를 위해 공헌한 교회 지도자에게 수여되는 상으로 미국에서 교회의 일치와 인권, 양성평등 등을 위해 헌신하다 1985년 별세한 어니스트 톰슨 목사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이 목사는 PCUSA 총회장, 미국교회협의회(NCCUSA) 회장 등을 역임하며 미국 내 소수민족의 인권 수호, 남북한 및 남북 교회 교류 등을 위해 노력해 온 점을 인정받아 이 상을 받았다.
이 목사는 그 영광을 한국 교회에 돌렸다. “한국 교회가 이처럼 전 세계가 놀랄 만큼 빠르게 성장해왔기 때문에 제가 한국계로서 미국 사회에서 일해 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교회가 ‘고난을 이겨낸 믿음’에 대해 겸허하게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 중요한 자리를 내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난을 이겨낸 믿음’을 이 목사는 한민족 또는 한국 교회 전체에 대한 설명으로 전했지만 이는 이 목사 개인에게도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다. 그는 평양에서 부친 이태석 목사가 공산당에 의해 순교한 뒤 열아홉 나이로 월남해 역경 끝에 미국 유학을 갔고, 1960년대 테네시주 루이빌 대학에서 교목으로 재직할 당시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만나면서 흑인 인권운동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자신과 가족을 핍박한 일제와 공산당에 대해 증오와 피해의식을 간직하고 있었던 그는 킹 목사와 교류하며 큰 깨달음을 얻었다. 피해자는 두 가지 선택권을 가진다는 점이었다. 하나는 복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용서하고 화해하고 이로 말미암아 새로운 시대를 여는 일이라는 것.
“그 이후로 남북한이 화해에 이르게 하는 데 다리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는 이 목사는 ‘다리’ 역할에 대해서도 두 가지 설명을 했다. 첫째는 ‘다리는 양쪽을 다 잘 알아야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남북 교회 대표를 미국으로 여러 차례 초청하기도 하고, 북한을 30회 이상 방문하기도 했던 그에게 일각에서는 “그러다가 북한에 물든다”고 경고했지만 그는 “나는 복음 전파자로서 물이 드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물들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전했다.
둘째는 ‘다리는 누워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리가 되려면 엎드려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 등을 밟고 사람들이 건너갈 수 있지요. 때로는 영광을 받고픈 마음에 벌떡 일어나 ‘내가 다리다!’라고 외치고 싶기도 하겠지만 서 있어서는 다리라고 할 수 없지요.”
그는 이 ‘다리 이론’에 한국 교회가 귀 기울여 들어주기를 당부했다. 지금과 같이 남북 관계가 어려울 때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화해자의 역할은 참으로 어렵지요. 그렇지만 기독교인에게는 그 길밖에 없습니다.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적대적 대립을 반복하는 가운데서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없습니다. 어렵지만 한국 교회가 화해의 다리를 놓아야 합니다.”
그는 남북 관계 자체에 대해서는 낙관적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 남북이 교류한 역사가 결코 무위로 돌아간 것이 아닙니다. 비록 지금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 민족은 분명 화해로 향하는 큰 길을 걷고 있습니다.”
또한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가 부산에서 열리는 것에 대해 그는 “한민족에게 대단한 영광”이라고 평가하며 “이를 한국 교회 전체가 환영하고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WCC가 ‘용공’ 시비를 겪은 것은 1950년대 일입니다. 그때 전쟁을 겪고 이념 대립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 반감을 갖는 것도 당연하지요. 그렇지만 이념 대립의 가장 큰 피해자로서 우리부터 이를 넘어서야 합니다. 세계 교회는 지금 ‘화해자로서의 사역’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도 WCC 총회를 계기로 이 흐름에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글·사진=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