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그 중 열둘을 택하여…

입력 2010-09-27 17:46


누가복음 6장 12∼17절



요즘 청소년층에서 유행하는 ‘스펙’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지요? 영어 단어 ‘스펙’(specification의 약자)의 사전적 의미는 ‘자세한 설명서, 사양(仕樣)’이라는 뜻으로 자신의 모든 이력, 경력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자신이 선택받기 위하여, 자신이 원하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하여 당사자들은 물론 부모들까지 자녀들의 스펙 쌓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공생애를 시작하신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선택하시는 장면이 기록돼 있습니다. 예수님을 따랐던 많은 제자들 가운데 특별히 열둘을 택하여 사도, 즉 핵심 멤버로 세우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것은 예수님께서 택하신 12사도의 면면입니다. 현 시대적 관점으로 본다면 예수님의 열두 제자 ‘스펙’에 대한 선택 기준은 참으로 우리의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었습니다.

수제자인 베드로는 나서기를 좋아하며 덤벙대는 사람이었으며, 야고보와 요한 역시 예수님께서 ‘우레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막 3:17) 성격이 급한, 한마디로 ADHD(과잉행동장애)적 성향이 보이는 문제아들을 핵심 멤버로 세우셨습니다.

특히 15절을 보니 마태와 셀롯이라는 시몬을 택하셨습니다. 마태는 세리로서(마 10:3) 로마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세금징수 권한을 남용하여 동족을 갈취하는 매국노로 손가락질 받던 사람이었습니다. 셀롯이라는 시몬은 열심당원으로 유대 땅을 지배하는 로마세력에 단호하게 대항하는 극단적인 혁명세력으로 자기들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서 무모하고도 냉혹하게 살인, 방화, 폭동 등의 테러를 서슴지 않는 이상주의자였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는 이들을 택하여 멤버로 세우셨습니다.

매국노인 세리와 열심당원 시몬, 극과 극인 이들은 아마도 예수님께 택함 받은 뒤에도 수없이 반목하고 다퉜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예수님의 사랑 안에 녹아지고 깨어져 화해하고 변화되었음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본문 16절을 보니 “예수를 파는 자 될 가룟 유다라”라는 기록입니다. 배신할 것을 분명하게 아시면서도 유다를 택하셨습니다. 왜 유다를 택하셨을까요? 아마도 배신자의 길을 걷게 될 유다를 향한 애끓는 사랑으로 회개의 기회를 주시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사도들 택하심의 기준이 고린도전서 1장 26절 이하에 자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형제들아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 육체를 따라 지혜 있는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아니하도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라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

성도 여러분! 예수님의 이 같은 선택 기준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묵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선택을 받고 사랑으로 변화되시길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아멘.

한관희 목사(청소년쉼터 포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