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 골프(70)

입력 2010-09-27 09:40

때가 이르도록 인내심으로 플레이하라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

고백하건대 10년 전의 나는 삶에서나 골프에서나 인내심이 무척 부족하였다. 집에서는 아내가 섭섭한 소리를 하면 끝까지 듣지 않고 말허리를 끊는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고 골프장에서는 보기가 연속해서 세 홀만 나오면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났었다. 때로는 세계적인 프로들도 몇 홀씩 연속으로 보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연속 보기를 네 개쯤 하면 완전히 돌아버릴 정도였다. 그리고 다섯 번째 홀에서는 "파든지 더블 보기이든지 하지, 좌우간 보기는 안 한다"는 오기를 부렸고 실제로는 화를 낸 탓으로 파보다 오히려 더블 보기가 더 많이 나왔었다. 인내하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린 교만의 결과였다.

그 후 교회를 출석하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예수님의 인내심을 조금 이해한 뒤로는 그래도 조금 나아졌다. 한참 인내하다 보면 덜컥 버디가 나와서 분위기를 바꿔 주기도 한다. 그래서 주님의 인내심을 언제나 따라 할 수는 없지만, "이 샷 한 번만 더, 이 홀 한 번만 더, 이게임 한 번만 더" 하면서 인내심을 키워 가려고 한다.

“네가 말이 조급한 사람을 보느냐 그보다 미련한 자에게 오히려 희망이 있느니라”(잠 20:29)

골프가 지구상에 생긴지 수백 년간 단 한 번도 완벽한 경기는 없었다. 지난 수십 년간 온 지구인이 경탄해 마지않았던 위대한 골퍼들도 한 라운드에 최소한 두세 차례의 실수는 한다. 즉 골프란 반복되는 실수와 완벽하지 못한 플레이를 인정하는 가운데 벌이는 게임이다. 3000~4000 라운드에 한 번, 대충 계산해서 5대에 걸쳐 평균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홀인원을 내가 세 번씩 경험한 것은 대단한 축복으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세 번의 홀인원이 모두 16, 17번 홀에서 나왔는데, 돌이켜 보니 모두 핸디캡 두 배를 치는 형편없는 라운드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또한 아주 형편없는 경기를 펼치면서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남은 홀을 잘 마무리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골프장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은 후에 생긴 축복의 홀인원들이었다. 만약에 형편없는 스코어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어서 빨리 끝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임하였다면 아마도 아직 홀인원은 하나도 구경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자신을 잃지 않고 희망을 가지며, 낙심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면 때가 이르매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가끔 욕심 없이 스윙한 칩샷이 그냥 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마음을 비울 때 간혹 행운이 찾아오기는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포기하는 자에게는 축복이 절대로 찾아오지 않는 법이다. 바이론 넬슨은 “챔피언을 만들어 내는 가장 강한 요소는 아마도 인내심일 것이다(Perhaps the strongest ingredient in the make up of a champion is patience)”라고 말했다. 그것은 안내심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성실한 태도이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너희는 하나님이 택하사 거룩하고 사랑 받는 자처럼 긍휼과 자비와 겸손과 온유와 오래 참음을 옷 입고“(골 3:12)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