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향장기수 장례식에 北남편 참석케 해달라”…장례위, 통일부에 요청
입력 2010-09-26 21:51
최근 사망한 빨치산 출신 여성 비전향 장기수의 장례위원회가 북측에 있는 비전향 장기수 출신 남편이 장례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초청해 달라고 통일부에 요청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사망자는 25일 새벽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숨을 거둔 박선애(84)씨이며, 남편은 2000년 9월 북송된 윤희보(93)씨다.
통일부는 “통일부 장관이 북측에 있는 박씨의 남편을 초청해 달라는 협조 요청서가 박씨의 장례준비위원장 명의로 접수됐다”며 “관련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1927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으며 51년 포로수용소에 끌려갔다가 65년 만기 출소했다. 박씨는 68년 윤씨와 결혼했으나 75년 사회안전법이 발표되면서 남편과 함께 재수감됐다. 박씨는 79년, 윤씨는 89년 각각 출소했으며 둘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 빈소를 지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장례위원회 측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남북교류협력법상 통일부 장관이 윤씨와 같은 북한 사람을 남측으로 초청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는 게 통일부의 설명이다.
절차상으로는 윤씨가 남측에 방문 신청을 하고, 우리 정부가 이를 승인하면 장례식 참석이 가능할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 과거 북측 인사가 우리 정부의 승인 혹은 협의를 거쳐 남한을 방문한 것은 대부분 회담 대표단이었다. 이외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조문단,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석한 미녀응원단 등이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사람이 개인 자격으로 남한 방문을 신청한 경우는 없다”며 “천안함 사태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 측이 나서서 북측에 윤씨의 방남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씨의 영결식은 28일 오전 8시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노제는 오전 9시 임진각에서 각각 열릴 예정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