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여자축구 세계 제패] 지소연 여민지… ‘황금세대’ 떴다
입력 2010-09-26 18:21
“지소연, 김나래, 여민지, 김아름…. 이름만 들어도 흐뭇하다. 가히 한국 여자 축구 황금세대(Golden Generation)의 출현이라고 할 만하다.”
2010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 우승, U-20 월드컵 3위라는 태극소녀들의 쾌거는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기본기와 실력을 다진 여자축구 ‘황금세대’의 신호탄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축구에서 ‘황금세대’라는 단어는 1989년 포르투갈 청소년 대표팀으로부터 비롯됐다. 당시 포르투갈 청소년 대표팀은 유소년기부터 착실히 훈련을 받은 루이스 피구, 루이 코스타, 주앙 핀투 등이 맹활약하며 89년과 91년 청소년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 황금세대는 이후 10여 년간 조국을 축구 강국으로 이끌었다.
태극낭자들도 비슷하다. 지소연(19·한양여대), 이현영(19), 김나래(20·이상 여주대)와 여민지(17·함안대산고), 김아름(17·포항여전자고), 이금민(16·현대정과고) 등 현 U-20, U-17 대표팀의 주축들은 유소년 시절부터 패스와 킥 등 기본기를 착실하게 다졌다. 결국 대표팀 ‘자매’는 최근 1∼2년간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결실을 맺었다.
현재 U-20 대표팀 주축 선수들은 2008년 뉴질랜드에서 열린 제1회 U-17 여자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8강에 오르며 여자 축구의 상승세를 예고했고, 지난달 U-20 월드컵에서는 한국 축구 최초로 FIFA 대회 3위에 올랐다. 동생들도 뒤질세라 지난해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선수권대회에서 일본, 북한 등을 꺾고 아시아 무대를 평정했고, 이번 월드컵에서는 세계 정상에 우뚝 서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 땅에 축구가 도입된 것은 128년 전이지만 여자 축구의 시작은 불과 20년 전이다. 1990년 창단된 대학팀 선수를 주축으로 최초의 여자 축구대표팀이 꾸려진 게 시초였고, 2003년부터 초등학교에 여자축구부가 생겼다. 하지만 유소년기부터 체계적인 훈련으로 다져진 ‘황금세대’는 불과 20년 만에 한국을 여자 축구의 불모지에서 세계적인 축구 강국으로 탈바꿈시켰다. 여자 축구 대표팀은 2011년 독일 여자월드컵에는 예선 탈락으로 아쉽게 출전하지 못한다. 하지만 곧 20대가 돼 기량이 더욱 무르익을 ‘황금세대’는 포르투갈 황금세대가 그러했듯 한국 여자 축구를 5년 후 여자 월드컵은 물론 향후 10여 년간 국제무대에서 충분히 정상으로 이끌 수 있다는 평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