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여자축구 세계 제패] ‘3관왕 대기록’ 여민지, 골 넣고도 “30점도 안돼”
입력 2010-09-26 21:49
목에는 우승 메달, 왼손에는 골든부트(득점왕), 오른손에는 골든볼(MVP).
여민지(17·함안대산고)가 26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끝난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에서 3관왕을 달성하며 한국 축구사에 전무후무할 기록을 달성했다.
여민지는 이날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8골(3도움)로 이번 대회 득점 1위를 기록했다. 또 기자단 투표로 진행된 골든볼 투표에서도 최다 득표를 얻으며 한국 선수 중 FIFA 주관 대회에서 3관왕을 달성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여민지는 지난 7월 입은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 속에서도 매 경기 고비마다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나이지리아전에서 한 경기 4골, 4강 스페인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특히 경기를 끝낸 뒤 경기 내용을 점검하고 다음 경기에 대비키 위해 대회 기간 중 일기를 쓰는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이날 언론에 공개한 일기에는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가 적혀 있다. 맹활약했던 스페인전의 경우조차 “골을 기록하고 어시스트도 했지만 오늘 경기는 정말 못했다. 내게 점수를 준다면 30%도 못 줄 만큼”이라고 써놓는 등 일기를 쓰며 정신을 가다듬고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강팀을 상대할 때 볼에 대한 점유율을 떨어뜨리더라도 결정적 찬스를 살리는 전략으로 임할 수 있었던 것도 여민지의 골 결정력이 큰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결승에 진출한 일본과 비교해 보면 일본이 총 145개 슈팅 중 85개 유효 슈팅을 날려 20골을 기록한 반면 한국은 총 85개 슈팅 중 59개 유효 슈팅으로 18골을 기록하는 높은 골 결정력을 보여줬다.
여민지는 결승전 후 “이 상들은 내가 잘해 받은 게 아니라 동료들이 잘해줘 대신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며 “월드컵에서 부족한 점을 잘 보완해 대한민국과 여민지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리고 항상 발전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