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여권 잠룡들 수면위로 나올 ‘기회’ 만들어 주나
입력 2010-09-26 18:30
한나라, 시·도지사 당무 참여 추진
한나라당이 당 소속 시·도지사가 중앙당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도록 당헌을 개정키로 했다. 이렇게 될 경우 여권의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문수 경기지사가 중앙 정치에 언제든지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당은 공식적으로 중앙당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원활한 정책 협의를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여권의 ‘차기 주자 키우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원희룡 사무총장은 26일 “정책이나 민생 현장에서 지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당과 지자체장 간의 소통을 더 활성화하자는 취지”라며 “당헌에 대통령이나 특임장관은 당 주요 회의에 출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권리가 규정돼 있지만 지자체장은 없어 근거 규정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30일 당 전국위에서 의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운영 방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시·도지사들은 매주 수요일 열리는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여당 안팎에서는 시·도지사들의 당무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독주체제로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는 친이명박계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대선 주자 다각화에 대한 공감대가 퍼져 있는 것이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7·14 전당대회 때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최근 최고위 회의에서도 적극 건의했다. 정 최고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시·도지사라는 인재들을 활용해 당의 역량을 키우자는 것”이라며 “대권 후보 경쟁구도는 (후보군이) 다양할수록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당사자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오 서울시장 측 이종현 대변인은 “당에서 현장에 발을 딛고 있는 지자체장들을 통해 민심을 가감 없이 들으려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당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김 경기지사는 미국 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시카고로 출국해 별도의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그동안 시·도지사들의 당무 참여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도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느냐에 따라 정치 환경은 물론 여권의 차기 구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임성호 교수는 “중앙당 집중적인 우리나라 정치구도에서 분권화를 촉진시키는 쪽으로 운영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김성수 교수는 “대선 주자들이 제도권 안에서 경쟁하도록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주자와 비교되면서 새로운 인물을 부각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오 시장과 김 지사 등이 당무 참여를 통해 차기 주자로서의 지지도를 키울 수도 있는 반면 ‘지자체장이 지나치게 중앙 정치에만 관심을 기울인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당이 박 전 대표 대항마 키우기를 공식화한 것 아니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이 제도가 순탄하게 자리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나래 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