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대 강사 학력위조 잇따라 들통… 성신여대 이어 서울대도 ‘가짜’ 첫 학기중 해임

입력 2010-09-26 21:26

서울대와 성신여대 음악대학에 출강하는 시간강사들이 임용 당시 이력서에 허위 학력을 기재한 사실이 뒤늦게 발각됐다. 전문성이 필요한 일부 과목 강사를 알음알음으로 데려오면서 이력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 음대 강사 채용 관행이 부른 결과라는 지적이다.

서울대 음대는 2006학년도 1학기부터 전공과목을 가르쳐온 강사 박모(50)씨가 2005년 말 채용 자격 심사 당시 입학조차 하지 않은 인천 소재 4년제 A대학 졸업 학력을 자필 이력서에 적어 낸 사실을 지난 14일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박씨는 허위 학력을 제시하고도 4년 넘게 강의해 온 셈이다.

서울대 음대는 지난 2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박씨를 해임키로 결정하고 이번 주 중 당사자에게 통보키로 했다. 서울대에서 학력을 속인 강사가 학기 중 적발돼 쫓겨나기는 처음이다.

모 악기협회 회장인 박씨는 서울 강남의 현악기 수입판매 업체 대표로 서울대 음대 전공과목 ‘현악기 구조 및 관리법’을 강의했다. 이번 학기 매주 수요일 오전 10~11시에 개설된 박씨의 강의를 듣는 학생은 15명이다. 정태봉 서울대 음대학장은 “음대에서 이 정도 인원이면 상당히 선호하는 과목”이라며 “박씨는 허위 학력이 드러나기 전인 지난 8일까지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신여대 음대는 이번 학기 4학년 전공과목 ‘악기수리법’을 가르치는 강사 이모(49)씨가 2009년도 1학기 첫 임용 당시 적어낸 전북 소재 4년제 B대학 학력이 허위라는 사실을 지난 9일 확인하고 그날로 이씨를 해임했다. 강남에서 악기사를 운영하는 이씨는 박씨가 회장인 악기협회에서 악기 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는 학력을 부풀린 사실을 순순히 시인했다고 성신여대 관계자는 전했다.

두 사람이 대학에 학력을 속인 사실은 지난 8일 본보가 취재에 나서면서 드러났다. 박씨와 이씨는 각각 A대학, B대학을 1983년 졸업했다고 이력서에 적었지만 본보가 두 학교에 확인한 결과 같은 나이, 같은 이름의 해당 연도 졸업자는 없었다. 이씨는 악기협회 감정위원 약력에는 B대학 대신 서울 C대학 졸업자로 자신을 소개했지만 C대학 역시 이씨가 졸업생 명단에 없다고 확인했다.

음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일이 음대 강사 채용 시스템의 허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악기 구조·관리 분야는 전공한 전임 교수가 없어 대개 친분으로 강사를 추천한다. 이 때문에 학교는 추천 대상자의 신원을 재확인하거나 이력 사항의 허위 여부를 별도로 검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성신여대는 후임자를 찾아 강의는 중단되지 않았지만 강사가 갑자기 바뀌는 혼란이 생겼다. 서울대는 적임자를 찾지 못해 당분간 수업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두 학교는 당사자를 해임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했다. 성신여대 관계자는 “이씨는 4년제 대학 학력보다 악기 수리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임용됐던 것”이라며 “이씨를 강사로 맨 처음 추천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서류에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같은 입장이지만 박씨가 해임 결정에 불복하면 임용 경위 등을 조사해 형사고발까지 고려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