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CEO교체 LG전자를 보는 눈
입력 2010-09-26 21:43
최근 굴지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에서 수뇌부 물갈이가 잇따르고 있다.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최고경영자(CEO)들은 쓸쓸히 물러난 반면, 개인적인 추문으로 불명예 퇴진한 CEO는 탁월한 업무능력 덕분에 곧바로 다른 회사에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었다.
세계 휴대전화 1위 노키아와 3위 LG전자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밀려 실적 부진을 초래한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노키아에선 지난 20일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 CEO가 물러나고 캐나다 출신 스티븐 엘롭 마이크로소프트(MS) 비즈니스부문 사장이 145년 노키아 역사상 첫 외국인 CEO로 취임했다. 앞서 13일엔 안시 반요키 모바일솔루션 사업부장이 사퇴했으며, 요르마 오릴라 이사회 의장마저도 2012년 퇴진하기로 했다. 지난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40% 급감하고 주가도 3년 전 대비 70% 폭락한 데 따른 대대적인 물갈이다.
LG전자에선 남용 부회장이 지난 17일 용퇴했으며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다음달 1일부터 LG전자를 이끌게 됐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LG전자의 수난은 노키아의 상황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며 “노키아가 역동적인 외부인사를 CEO로 영입한 반면 LG전자는 창업주 일가인 구 부회장을 택했다”고 전했다. 참신한 인재로는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또 구 부회장의 투입과 함께 위기상황 타개를 위한 인사태풍이 거세게 불어 닥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거래처 여성 대표와의 성추문과 회삿돈 유용 혐의로 지난달 HP에서 퇴출된 마크 허드 전 CEO는 이달 초 오라클의 공동 사장으로 영입됐다. HP의 기업가치를 2배로 늘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화려하게 재기한 것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