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축구 ‘345의 기적’… U-17 대표팀, 日 꺾고 FIFA 주관 대회 사상 첫 우승
입력 2010-09-27 00:12
17세 이하 태극소녀들이 역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을 차지하는 금자탑을 쌓았다.
최덕주 감독이 이끄는 U-17(17세 이하) 여자 대표팀은 26일(이하 한국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 오브 스페인의 해슬리 크로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의 2010년 FIFA U-17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 동안 벌인 혈투 끝에 3-3으로 승부를 내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5대 4로 승리했다.
이로써 태극소녀들은 역대 남녀 대표팀 선수들이 단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던 FIFA 주관대회 첫 결승 진출에 이어 첫 우승까지 차지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FIFA 주관대회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것은 한국에 축구가 도입된 지난 1882년(고종 19년) 이후 무려 128년 만이다.
스트라이커 여민지(17·함안대산고)는 이번 대회에서 총 8골 3도움으로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 FIFA 주관대회 득점왕(골든부트)과 대회 최우수선수상(골든볼)을 차지, 우승컵까지 포함해 ‘트리플 크라운’을 완성했다.
“세계축구사에 이름 석 자를 새기겠다”고 밝혔던 여민지는 지난달 1일 끝난 20세 이하(U-20) 여자 월드컵에서 지소연(19·한양여대)이 8골을 넣어 실버부트(득점 2위)를 받은 지 56일 만에 한국 축구 역사를 새로 쓰며 대 스타 탄생을 알렸다.
이날 경기는 대한축구협회 전체등록선수 1450명 중 고등부 선수 고작 345명에서 뽑힌 22명이 만들어낸 그야말로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일본은 18세 이하 선수만 2만5000명에 달해 한국에게는 골리앗과 같은 존재였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된 이날 혈투는 승부차기까지 포함해 161분 동안 이어졌지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우위를 점한 태극소녀들의 짜릿한 승리로 마무리됐다.
최덕주 감독은 “꿈만 같다.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준 게 우승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감격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6일 U-17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최덕주 대표팀 감독 및 선수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대표팀이 귀국(28일)하는 대로 청와대로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최 감독에게 “우리 어린 소녀들이 세계에서 우승을 이뤄 국민도 기뻐하고 있다”고 치하했다.
김준동 남도영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