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은 집값 선행지수? 미분양 쌓여 ‘동력’ 부족

입력 2010-09-26 21:13

서울과 수도권의 전셋값이 8월 중순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7월초만 해도 -0.06%였던 서울 전셋값 주간 변동률은 9월 중순 이후 0.11%를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이달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중은 39.77%로 2005년 4분기의 41.01% 이후 4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매매가 하락에 따라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돌아선 가운데 가을 이사철이 겹치면서 전셋값이 올랐다는 분석이다. 투기목적의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사람들이 금융비용 부담을 견디고자 전세 가격을 올리는 것도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전셋값 상승세가 적어도 10월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을 이사철이 10월까지 지속되는 만큼 이 시기까지는 전세 물량 부족 현상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전셋값 상승이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일부에선 전셋값 상승을 매매가 상승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6일 “전셋값은 집값의 선행지수”라며 “전셋값이 계속 오르면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면서 매매가가 오르기 때문에 지금 내 집 마련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값의 큰 흐름이 하향안정세인 데다 서울과 주요 신도시에 미분양, 미입주 물량이 꽤 쌓여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전셋값 상승이 집값 상승으로 연결되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만약 전셋값이 3000만원 정도 올랐다면 현재 금리 5% 수준을 감안할 때 2년간 이자비용은 3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전셋값을 올려주는 대신 아예 집을 산다면 최소 2억원 이상 필요한데 이때 이자비용은 2000만원 이상이다. 부동산 관계자는 “집값이 이자비용 이상으로 오른다는 확신이 있어야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살 텐데 오히려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40% 정도의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중으로는 집값을 끌어올릴 동력이 부족하지만 50%를 넘을 경우 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지방은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중이 60% 수준이지만 수도권은 30% 후반에서 40% 초반 수준”이라며 “비중이 50% 이상은 돼야 집값을 올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114 김규정 본부장은 “전세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전셋값 비중이 평균 50%에 못 미친다”며 “하반기 금리인상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