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름답구나, 월드컵 품은 태극소녀들

입력 2010-09-26 19:06

땀으로 범벅된 소녀들의 얼굴이 정말 아름다웠다. 월드컵을 들고 활짝 웃는 여고생들의 모습은 추석 명절을 마무리하는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어제 아침, 우리 대표팀이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함으로써 FIFA 주관 대회 첫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남아공 월드컵 첫 원정 16강과 지난달 열린 U-20 FIFA 여자월드컵 3위에 이은 또하나의 낭보였다.

우리 팀이 예상을 뒤엎고 트로피를 안게 된 것은 경기장에서 투혼을 불사른 결과다. 기량에서 한발 앞서는 숙적 일본을 승부차기로 이긴 것이나, 유럽의 강호 스페인을 준결승에서 물리친 일, 8강전에서 아프리카의 표범 나이지리아를 제압한 것은 모두 끈끈한 조직력과 정신력의 산물이다. 국내 여자축구 선수가 1450명이고 중고등부는 345명에 불과한 조건을 감안하면 기적 같은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일본은 17세 이하 여자축구 선수만 2만5000명이 등록돼 있다고 한다.

최덕주 감독의 리더십도 평가할 만하다. 선수들을 윽박지르고 체벌하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온화한 지도 방식으로 선수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창의적인 축구를 이끌어냈다. 그는 국제통이기도 하다. 포항제철에서 선수로 뛰었던 최 감독은 1990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의 고교, 대학, 성인 팀을 두루 거쳤고, 2007년에는 브라질에서 축구 공부를 했기에 국제적인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한국 여자축구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집중 투자에 나선 대한축구협회도 공로자다. 한국 여자축구가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 때 본선에 처음 출전하자 협회는 한일월드컵 잉여금을 투자하기 시작했고, 유소년 상비군제를 도입해 U-12와 U-13, U-16 등 나이별로 대표를 선발해 집중 훈련한 것이 이번에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우승은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어렵다. 유소년 축구 활성화와 저변 확대가 1차 과제다. 우리나라 여자축구 팀은 65개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 한 해 동안 초등학교 팀이 4개나 사라졌다. 국내 프로축구 구단이 축구협회와 손잡고 유소년 축구를 육성하는 데 팔을 걷어붙이면 한국 여자축구의 미래는 한층 밝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