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 암초 부딪혀 남북 잇단 화해조치 ‘휘청’

입력 2010-09-26 21:20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이산가족상봉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대승호 송환, 대북 쌀지원 결정 등 최근 이어진 남북 간 인도주의적 조치들이 빛바랠 위기에 처했다.

남북이 추가 실무접촉을 통해 이산가족상봉에 최종 합의한다면 화해 무드를 이어갈 수 있지만, 합의에 실패할 경우 상호 불신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남북은 다음달 1일 개성에서 열리는 3차 적십자 실무접촉을 앞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북측은 2차 실무접촉 이튿날인 25일 남측을 향해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측은 지난번 접촉에서 쌍방이 합의한 상봉날짜와 명단 교환날짜 등을 모두 뒤집으며 늦잡자고(연기하자고) 하는가 하면, 상봉 장소 문제를 전제조건으로 내걸며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합의서를 채택할 수 없다고 고집했다”고 주장했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한 사실은 보도에서 뺀 채 우리 측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상봉 장소로 고집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논리다.

정부 관계자는 26일 “면회소가 어려우면 다른 곳에서 행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하자 북측도 이산가족면회소가 좋다고 했다”며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북측은 2차 실무접촉에서 자신들이 금강산 관광 중단을 이유로 몰수·동결조치한 면회소 문제를 논의할 당국 간 접촉을 계속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먼저 풀자는 뜻이다.

정부는 2008년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 피격사건 진상규명 등 3대 선결과제를 매듭지어야 관광 재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 때문에 북측이 3차 실무접촉에서 3대 선결과제에 전향적 자세를 보이거나, 금강산 관광 재개 주장을 중단해야 이산가족상봉 문제가 풀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남측 내부에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를 둘러싼 시각차가 있어 향후 정치 쟁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박지원 비상대책위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 이산가족 상봉,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금강산 및 개성관광을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초 인도주의적 성격으로 시작된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남북 간 정치 현안으로 번진 셈이다.

한편 대한적십자사의 대북 수해지원용 쌀 5000t은 다음 달 25일쯤 군산항을 출발해 북측에 인도될 전망이다. 쌀은 중국 단둥항을 거쳐 육로로 북한 신의주에 전달된다. 시멘트 1만t, 컵라면 300만개 등 생필품과 의약품은 인천항 및 동해항을 출발해 북측에 전달될 예정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