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동당 당수 ‘40대 형제간 결투’ 동생이 이겼다
입력 2010-09-26 17:52
형 ‘데이비드’ 우세 예상 깨고 동생 ‘에드’ 역전승
강경 좌파 동생에 막판 몰표 던진것이 결정적
‘형제간의 맞대결’로 관심이 쏠렸던 영국 노동당의 새 당수에 동생인 에드 밀리반드(40) 전 에너지·기후장관이 25일 선출됐다.
당초 친형인 데이비드 밀리반드(45) 전 외교장관이 우세한 입장이었으나 지난 총선 패배 이후 위기의식이 커진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막판에 공격적 성향의 동생 에드에게 표를 몰아주면서 당락이 엇갈렸다. 에드는 노동당원과 하원 및 유럽의회 의원, 노동조합 대표 등의 1차 직접투표에서는 2위에 그쳤다. 그러나 2순위 표를 가산하는 과정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 50.65%를 얻어 49.35%에 머문 데이비드를 1.3% 포인트 차로 제쳤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이번 경선은 지난 5월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남에 따라 치러졌다. 후보로 출마한 형 데이비드와 동생 에드는 형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성향은 전혀 다르다는 평가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밑에서 정치적 경력을 쌓은 형 데이비드는 외교장관을 오래 지내면서 똑똑하고 차분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늘 블레어파를 대표하는 차기 당수감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랐다.
반면 동생인 에드는 강성 일변도의 행보를 밟았다. 1940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에 정착한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마르크스 이론가인 부친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에드는 17세에 노동당원이 됐다. 이후 옥스퍼드 대학을 나와 철저한 현장 중심의 정치철학을 유지했고 노동조합 핵심 인사들과도 동지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의 이름(Ed)을 빗대어 혁명을 상징하는 색인 ‘붉은’을 뜻하는 ‘레드(Red)’라고 불리는 게 당연시될 정도다. 2005년 정계에 진출한 그는 고든 브라운 총리 밑에서 경제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노동당 정권 시절이었던 2007년에는 부처 간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5월 총선을 앞두고는 노동당 선거공약을 만드는 작업을 주도했다.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은 “형제간 경쟁이 있었지만 가족간 우애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데이비드가 예비 내각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6월 경선이 시작될 당시 누가 당수가 되든지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돕기로 했다.
에드는 당선 직후 “노동당이 다시는 영국의 주류에서 밀려나서는 안 된다”며 “이번 경선은 새로운 세대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며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향후 노동당은 재정적자 감축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연립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에드가 노동당 당수로 선출됨에 따라 연립정부 총리이자 보수당 당수인 데이비드 캐머런(44), 부총리를 맡고 있는 자유민주당 당수 닉 클레그(44) 등 영국의 여야 3당 당수는 모두 40대가 차지하게 됐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