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 부는 새바람] 목돈 증식 알아서 척척… 나만의 ‘금융 비서’

입력 2010-09-26 18:32


① 랩 어카운트- 신개념 맞춤형 금융상품

‘단순한 재테크에서 맞춤형 자산관리로.’



글로벌 금융위기는 투자자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았다. 재테크 열풍의 핵심이었던 펀드가 주식처럼 반 토막 나면서 나만을 위한 ‘맞춤 금융상품’에 대한 욕구가 커졌다. 개인의 투자성향과 관계없이 수익률 극대화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투자성향 분석과 목표설정을 바탕으로 자산배분 및 투자포트폴리오 전략을 세우는 자산관리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올 들어 랩 어카운트(Wrap Account)의 눈부신 성장세가 이를 말해준다.

◇1년 새 30조원으로 몸집 불려=랩 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고객과 일임계약을 맺고 고객 성향에 맞게 자산 구성, 운용, 투자자문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상품이다. 자문형 랩은 여기에 투자자문사가 종목 선정에 대한 조언을 추가로 해준다.

랩 어카운트는 국내 증권사가 2001년부터 선보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 지난해부터 조명받기 시작했다. 랩 투자금액은 2008년 말 10조원에서 지난해 3월 말 13조원으로 늘더니 올 들어 3월 22조원으로 몸집을 불렸고,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30조원에 육박한다.

랩도 주식형펀드처럼 고객의 자산을 주로 주식에 투자한다. 그러나 펀드가 여러 사람의 돈을 모아 운용하는 데 반해 랩은 투자자 명의의 계좌에서 별도로 운용되는 점이 다르다. 랩 매니저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투자자의 의견을 곧바로 반영할 수 있다.

펀드는 거액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분산투자가 가능하다. 반면 랩은 살 수 있는 종목이 한정적이다. 펀드의 경우 주식투자 종목이 50∼70개인 반면 랩은 20종목 이하다. 즉 랩은 펀드에 비해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펀드보다 손실이 커질 수도 있다.

◇어떤 상품 있나=랩 운용기간이 어느 정도 쌓였거나 랩 상품을 특화한 대형 증권사들의 수익률이 좋은 편이다. 대우증권은 일임형 랩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리더’다. 일임형 랩 투자금액이 현재 13조원 이상으로 증권사 랩 시장의 4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2004년 설정된 ‘마스터랩 추세형’은 지난 16일 기준으로 175.64%의 수익률을 거뒀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14.25%의 수익률을 거둔 것과 비교할 때 50% 이상 높은 셈이다.

2007년 6월 출시된 하나대투증권의 ‘파워리서치랩’도 수익률이 지난 15일 기준으로 최근 1년간 54.84%로, 코스피 수익률(23.78%)을 앞섰다. 6개월 이상 중장기 투자를 기본으로 전체 주식 중 10∼20%의 일정 비중만 단기 매매전략에 활용, 투자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명품(名品) 랩’은 2006년 7월 당시 출시 6개월 만에 투자금액이 10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운용자문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해 까다롭게 주식 종목을 선택한다.

삼성증권은 투자자문사 케이원, 브레인과 손잡고 만든 자문형 랩으로 상반기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거두며 돌풍을 일으켰다. 랩의 최소 가입금액은 적립식을 제외하고 1000만원부터이며, 운용 수수료는 연 2∼3%대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