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희망, 强小기업-(48) 리싸이텍코리아] “폐전자제품? 자원의 보고죠”

입력 2010-09-26 21:42


지난 16일 충남 천안 동면에 위치한 리싸이텍코리아. 2만6400㎡(약 8000평) 부지의 공장 한쪽에선 거대한 분쇄기가 사람들이 쓰다 버린 냉장고, TV, 컴퓨터, 휴대전화 등의 부품을 부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1차로 분쇄된 물질들은 마그네틱을 이용해 철 성분을 걸러낸 뒤 다시 잘게 부숴진다. 이어 진동, 체, 비중차로 불순물을 제거하고 나면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분리된다. 여기서 최종 추출된 귀금속과 희소금속 등의 산업 자원은 재활용된다.

리싸이텍코리아는 폐전자제품에서 산업에 필요한 소재를 추출해 재활용하는 ‘도시광산 업체‘다. 지난해 26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500억원, 내년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 평균 처리하는 폐전자제품 부품은 700t에 이른다.

도시광산은 1986년 일본 도호쿠대 선광제련연구소의 난조 미치오 교수가 금속 재활용의 의미로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최근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폐기물로부터 철이나 구리 등 금속과 금, 은 등의 귀금속, 인듐, 칼륨 등 희소금속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리싸이텍코리아는 서울자원순환센터(SR)와 전국 각지의 고물상 등으로부터 폐전자제품을 매입한다. 전자, IT, 통신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해당 업체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전량 처리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선 과거에 돈을 주고 폐기물을 처리했지만 이제는 돈을 받고 폐기물을 내다버리게 됐다. 폐기물을 함부로 버렸을 때 발생하는 기술 노출 등의 위험도 덜 수 있다.

2001년 8월 설립 이후 보유한 특허만 해도 여럿이다. 2004년 3월 ‘복합물분리기술을 이용한 폐자원으로부터의 재생 방법’으로 특허를 취득했고, 2008년 1월엔 ‘폐 리튬 이온전지로부터 유가금속 및 재생플라스틱의 회수 방법’으로 특허를 얻었다. 지난해 2월엔 ‘액정표시장치 패널의 재활용 방법’으로 특허권을 확보했다.

전자산업환경협회 자료에 따르면 냉장고 한 대에서 얻을 수 있는 재활용 품목은 철 30㎏, 플라스틱 12㎏, 알루미늄 0.1㎏, 구리 0.7㎏ 등이다. 휴대전화 한 대에서는 금 0.02∼0.04g, 은 0.2g, 팔라듐 0.03g 등을 추출할 수 있다. 지난해 폐휴대전화가 1500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휴대전화에서만 한 해 금 300∼600㎏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김태옥 대표는 “매년 막대한 원자재를 수입해오는 상황에서 도시광산업은 나라를 먹여 살릴 국가 산업”이라며 “폐전자제품은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자원의 보고”라고 강조했다. 리싸이텍코리아는 국내 수거량만으로 공장을 가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중국 인도 베트남 등 해외에서의 폐기물 수입도 점차 늘려가고 있다.

경제적 가치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폐 휴대전화를 함부로 버리면 납, 카드뮴 등의 유해물질 때문에 환경이 오염된다. 버리는 대신 잘 모으기만 해도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 없이 값어치 있는 금속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들의 참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리싸이텍코리아와 토리콤을 인수한 LS니꼬 동제련과 자회사인 삼정피앤에이를 통해 도시광산업에 뛰어든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삼정피앤에이는 최근 희소금속 추출 전문업체 나인디지트의 경영권을 93억8000만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 도시광산업은 걸음마 단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폐전자제품의 회수율도 절반에 못 미치고 회수된 폐기물의 60% 가량은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김 대표는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도 각종 법규에 묶여 인허가가 나지 않아 애로사항이 많다”며 “도시광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안=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