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대장 할머니 장기 내려앉는 ‘골반저질환’ 의심을

입력 2010-09-26 17:47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방귀를 자주 뀐다?”

추석 연휴 때 오랜만에 만나 뵌 어머니가 혹시 이런 증상과 함께 묽은 변 찌꺼기를 속옷에 묻히는 것 같다면 ‘골반저질환’에 의한 가스 변실금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한다.

송도병원 골반저질환센터 김성호 진료과장은 “임신 및 출산 경험이 있는 성인 여성의 10명 중 3명이 골반저질환을 갖고 있고, 이중 12%는 골반 내 장기가 질 쪽으로 내려 앉아 교정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라고 26일 밝혔다.

골반저질환이란 골반 아래 근육이 약해져 소변이나 변을 지리고 대장 자궁 질 방광 요도 등의 골반 내 장기들이 제 위치를 벗어나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변이나 소변을 지리는 변실금과 요실금은 물론 자궁 및 방광탈출증, 직장류 등의 골반 장기탈출증도 여기에 포함된다.

대개 노화와 함께 임신 출산 과정에서 받은 조직 손상이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지면서 발생한다. 폐경기가 지난 61∼70세 여성의 약 29%가 이같은 질환을 앓고 있으며, 분만 횟수가 5회 이상 다산 여성이나 비만도가 높은 여성일수록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이상 증상을 대부분의 여성들이 출산 후유증으로 여겨 방치함으로써 병을 키우기 일쑤라는 점. 김 과장은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생기는 조직 손상을 미연에 방지할 수는 없지만, 그 후 더 악화되지 않도록 적절한 치료와 훈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치료법은 질 또는 항문 부위로 내려앉은 방광 등을 제 위치로 끌어올려주고, 이들 장기를 붙드는 골반 내 근육과 인대의 지지력을 강화해 주는 방법이 있다.

요실금 또는 변실금이 있는 여성들은 이와 함께 요도 및 항문 괄약근에 힘을 붙여주는 훈련이 별도로 필요하다. 예컨대 방귀를 참는다는 생각으로 항문을 힘주어 위로 당겨 올리며 조인 상태에서 하나에서 다섯까지 센 다음 풀어주기를 매일 수시로 반복하는 방법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