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위암 조기 발견 치료

입력 2010-09-26 17:50


고령화 사회에서 암은 ‘복불복(福不福)’과 같은 병이다. 성인 4명 중 1명이 경험할 정도로 많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빨리 발견할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사실이다.

위암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위암 수술을 앞둔 환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은 ‘내가 완치될 수 있을지’와 ‘위 없이도 살 수 있을지’의 문제다. 위암에 걸리면 일반적으로 위의 3분의 2 혹은 전체를 잘라내고, 위에서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부위의 ‘유문’이라는 기관도 함께 잘라내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와 십이지장 사이에 관문 역할을 하는 유문을 잃으면 식도를 통해 들어 온 음식물이 십이지장으로 직행해 소화불량이나 복통을 겪기 쉽다. 또 십이지장 내 소화효소인 담즙과 췌장액이 식도로 역류해 역류성 식도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더욱이 남은 위가 담즙과 췌장액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위암 발병 위험이 다시 높아지게 된다.

위암은 주변 림프절을 타고 쉽게 전이되기 때문에 절제수술 시 주변 림프절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거하느냐가 수술 후 환자의 생존 기간을 좌우한다. 이에 따라 유문을 포함해 위암 주위를 광범위하게 잘라내는 것이 완치율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이 같은 위험부담과 고통을 덜려면 가급적 일찍 암을 발견해야 한다. 발병 초기에 발견하면 그 만큼 소화기관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유문을 제거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첫 진단이 늦어 유문을 살리는 것은 고사하고, 수술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 게 우리의 현실이다.

위암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맵고 짠 전통적 식단과 높은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 감염률, 그리고 숯불 연탄 등 각종 구이를 좋아하는 식문화의 영향으로 한국인의 위암 발병률은 서양인보다 10배나 높다.

흔히 정기검진을 통한 위암의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위암에 걸렸더라도 초기에 발견하면 개복 수술을 하지 않고 위내시경을 통해 암만 국소적으로 도려내 위를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 위암에 걸렸냐는 듯 치료 후 별다른 소화장애 없이 곧바로 정상 생활을 할 수 있다.

암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환자를 암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키고 사회에 복귀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려면 현재로선 암을 가능한 한 빨리 발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조기 위암은 적절한 치료만 받으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하며 빨리 발견될수록 그만큼 선택적 치료의 폭도 넓어진다.

최승호(강남세브란스병원위암클리닉 진료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