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만 잘해도 몸 튼튼∼ 두뇌 쌩쌩∼
입력 2010-09-26 17:33
운동은 성장기 청소년의 균형 있는 신체발달은 물론 퇴행기 장·노년층의 체력 증진에도 도움된다. 노화학자들이 잘 먹는 것 못지않게 나이에 걸맞은 운동을 골라 꾸준히 해야 장수건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운동은 또한 나이 들면서 눈에 띄게 떨어지는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를 막는 데도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운동의학센터 진영수 교수는 “운동은 신체만 건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두뇌도 건강하게 한다”고 말했다.
기왕에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 일상에 지친 몸과 두뇌를 모두 깨울 수 있다면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마침 선선한 바람이 불어 운동 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몸도 살리고 두뇌도 좋아지게 하는 운동법을 알아보자.
◇뇌를 깨우는 걷기, 좌우 균형 맞춰 걸어야=연령, 성별을 불문하고 가장 하기 쉽고 효과도 뛰어나면서 경제적인 운동을 꼽으라면 단연 걷기다. 걷기에도 요령이 필요하다. 가벼운 산책은 뇌를 행복하게 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뇌에 좋은 운동이지만 효과를 얻기 위해선 적어도 30분간은 쉬지 않고 해야 한다.
또 걸을 때 가급적 양팔을 힘차게 똑같은 높이와 세기로 흔들고 보폭을 크게 하는 것이 좋다. 많은 사람들이 몸의 한쪽을 편향되게 사용하고 이 같은 경향은 걸음걸이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예를 들면 오른손잡이는 팔을 흔들 때도 왼쪽보다 오른쪽을 더 크고 강하게 흔든다. 이는 지속적으로 좌뇌를 자극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우뇌의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의식적으로 좌우 팔을 균형 있게, 활기차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자극하는 뒤로 걷기도 도움된다. 다만 뒤로 걷기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고 몸의 무게 중심이 뒤쪽으로 쏠려 넘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땐 두 사람이 짝을 이뤄 한사람은 뒤로 걷고 다른 사람은 바로 걸어가며 넘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면 된다.
어르신들은 걷기보다 등산이 권장된다. 뇌질환 전문 변한의원 변기원 원장은 “경사지를 오르내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때문에 뒤로 치우친 무게 중심을 바로 잡는 데 도움이 되고 뒤로 넘어질 염려도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수영은 양팔 번갈아 쓰는 자유형이 적합=수영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 허리나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고, 전신을 쓰는 운동이므로 노인이나 척추·관절 환자에게 특히 권장된다.
수영은 몸의 평형을 잡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좌우를 똑같이 움직이므로 뇌를 균형 있게 자극하는 결과를 낳는다. 양팔을 번갈아 쓰는 자유형이나 배영이 뇌를 고루 자극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골프는 공을 따라 몸을 많이 움직이지만 공을 치는 자세가 한 방향으로 일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뇌 운동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몸의 한쪽 근육만 자극하면 근육과 관절에 좋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뇌도 편향되게 자극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 등 치매 예방에 도움되는 두뇌 훈련이 필요한 노인의 경우 골프보다 게이트볼이 추천된다. T자형 스틱을 사용해 폭 20㎝의 문을 통과시키면서 경기가 진행되는 게이트볼은 치밀한 계산과 감각이 필요한 당구의 확대판, 골프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붉은 공, 흰 공을 사용하고 자신의 공을 쳐서 상대방 공을 부딪치는 것은 당구와 비슷하다. 스틱을 잡는 방법이나 공에 회전력을 가해 목적지에 도달하는 방법은 골프와 같다.
하지만 공을 따라 몸을 많이 움직이고 상대편보다 점수를 많이 내기 위해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그만큼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에 근육과 인지·사고 작용의 협력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노인들에게 적극 권장할만한 운동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