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석철주, 이번엔 ’자연의 기억’시리즈… 그들도 고향인 풀숲을 그리워하겠지?
입력 2010-09-26 17:32
한국화가 석철주(60·추계예대 교수)의 열정은 아무도 못말린다. 청전 이상범(1897∼1972)에게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 한국적인 소재와 기법을 계승하면서 서양화를 접목시키는 작업에 매달리는 그는 “옛것을 바탕으로 새것을 이룬다”는 ‘온고지신’ ‘법고창신’의 정신을 잃지 않는다. 대학교수라는 직업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도전과 실험에 자신을 쏟는 것이다.
1985년 탈춤과 도시풍경을 시작으로 90년 장독 시리즈를 거쳐 99년 풀잎과 화분을 그린 생활일기에 이어 2005년 몽유도원도로 나아간 작가는 이번에 ‘자연의 기억’(사진)이라는 제목의 신작들을 내놓았다. 중학교 시절 정성을 쏟아 키웠던 화분이 꽃의 감옥처럼 느껴졌던 기억들을, 풀숲에 놓아 자유롭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그림으로 재구성했다.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바탕칠을 한 뒤 굵기가 다른 마른 대나무를 묶어 만든 죽필 등으로 긁어내는 방식으로 풀숲과 화분을 그렸다. 이전 작품에 비해 전체적으로 색감이 화려해지고, 풀숲의 생명력과 서정성이 훨씬 극대화됐다. 풀숲 가운데 흰색의 종이배가 떠 있는 그림은 천안함 침몰사고로 목숨을 잃은 전사들을 떠올리며 작업한 것이다.
그의 개인전이 서울 용산 파크타워 103동 203호 비컨갤러리에서 다음달 17일까지 열린다. 전작 ‘생활일기’에서 한 걸음 전진한 ‘자연의 기억’ 시리즈 40여점을 선보인다. 바쁜 일상을 잠시 접어두고 풀숲 그림을 통해 자연에 깃든 삶의 편린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기회다. 소공동 롯데호텔 본관 로비에서도 30일까지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02-567-1652).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