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심재수 (4) 새벽기도 1000일 ‘일천번제 헌금’ 결심
입력 2010-09-26 19:51
하나님이 나를 테스트하셨다.
“술을 좋아하는 네가 새벽기도회에 며칠이나 나올까? 과연 술은 끊을 수 있을까? 어디 두고 보자.”
그 시험에 패스한 것이다. 하나님은 시험에 패스한 선물로 100명의 직원과 함께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회사를 세워주셨다. 나는 투자회사인 후지쯔사 대표에게 물었다.
“그럼 CEO는 누가 맡게 되는가?”
“당신이 맡으면 된다.”
나는 ‘3불가론’을 내세워 정중히 사양했다.
“첫째, 나는 엔지니어다. 기술자일 뿐이다. 둘째, 행정을 모른다. 셋째, 회사를 직접 운영해본 경험이 없다. 나는 ‘보스형’이 아니라 ‘참모형’이다.”
그러나 후지쯔사 대표의 태도는 완강했다.
“당신이 맡지 않으면 회사 설립을 보류한다.”
나는 부도난 회사의 오너가 겪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책임을 지는 자리는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직원들이 아우성이었다.
“우리 생계가 달린 문제다. 빨리 결정을 내려라.”
결국 사장을 맡게 됐다. IMF 상황에서 외국 기업을 한국에 유치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정말 겁이 났다.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경험도 없는 사람이 괜히 헛발질만 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새벽기도를 통해 지혜와 용기를 구했다. 그리고 ‘새벽기도 형 CEO’가 되기로 작정했다. 중요한 사안은 미명의 기도를 통해 결정했다. 하나님께 은밀하게 응답을 구했다. 하나님은 세미한 음성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퍼뜩 떠오르는 지혜를 통해 응답하셨다.
새벽기도의 응답은 신속하다. 새벽기도의 응답은 지혜롭다. 새벽기도의 응답은 명쾌하다. 새벽기도의 응답은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다. 모두를 승리자로 만든다. 새벽기도의 응답은 은밀하다. 기발한 해결의 열쇠를 주신다. 사장을 맡고 처음 묵상한 성경이 열왕기상 3장이었다. 솔로몬이 왕이 된 후 기브온에서 ‘일천번제’를 드린 내용이다. 양을 태워 제물로 바친 솔로몬처럼 나도 일천번제를 드리자. 내가 드릴 수 있는 일천번제는 무엇일까. 우선 1000일 동안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그럼 무얼 바칠까. 솔로몬이 양을 드린 것처럼 나도 1000일 동안 ‘일천번제 헌금’을 드리자.
당시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집은 여전히 은행에 담보로 잡혀 있었다. 그런데 무슨 돈으로 1000일 동안 헌금을 드린단 말인가. 일단 시작하자. 나중일은 아무도 모른다. 새벽마다 봉투에 일천번제 헌금이라고 적어서 바쳤다. 물론 아주 작은 액수였다. 교회에는 일천번제 헌금이라고 쓰인 봉투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헌금을 드린 1개월 후부터 일천번제 헌금이란 봉투가 마련됐다. 목사님의 따뜻한 배려였다. 하루는 새벽기도를 드리는데 열왕기상 3장 14절 말씀이 눈에 쏙 들어왔다.
“네 법도와 명령을 지키면 내가 또 네 날을 길게 하리라”
하나님의 뜻을 거역하지 않으면 자리를 오랫동안 보전해 주신다는 약속이었다. 나는 지금 13년째 기업의 CEO를 맡고 있으니 이 말씀도 그대로 응답된 셈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정확한 판단과 추진력이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 열심을 내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기도가 필요하다.
새벽기도는 지혜의 보고(寶庫)다. 새벽기도는 황금이 묻힌 광산이다. 새벽기도는 마음의 불순물을 씻어내는 세정제다. 새벽기도는 응답의 시간이다. 새벽기도는 하나님과의 은밀한 대화의 시간이다. 새벽기도는 하나님과의 단독 상담이다.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면 두려움이 사라진다.
하나님은 나를 위해 크고 비밀한 선물을 준비해 두셨다.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 놀라운 일이었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예레미야 33:3)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