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7 여자 축구 세계 제패 결승전 상보… 경기 내내 강한 압박과 집중력으로 일본 제압
입력 2010-09-26 19:17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 스페인전 승부차기가 떠오를 만큼 극적인 순간이었다. 막내 장슬기(16·충남인터넷고)의 발끝을 떠난 공이 일본 골키퍼 히라오 에리를 지나 네트를 가르는 순간 한국축구의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첫 우승이 확정됐다.
26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 오브 스페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한국은 일본과 연장전을 3-3으로 마무리한 후 승부차기 끝에 5대 4로 승리했다.
이날 우승컵의 주인공은 한국이었지만 승부차기 시작은 한국에 불리했다. 일본의 선축으로 진행된 데다 한국의 첫 번째 키커 이정은(17·함안대산고)이 골대 정면으로 날린 슛을 히라오가 왼손으로 걷어내며 0-1로 끌려갔다.
하지만 일본의 두 번째 키커 와다 나오코가 때린 슛이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가며 흐름이 반전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실축 뒤에 등장한 한국의 두 번째 키커 여민지가 간절하게 입맞춤한 공을 네트에 꽂아 넣으며 1-1로 동점을 이뤘다.
이후 일본은 나카다 아유, 하마다 하루카, 나오모토 히카루가 잇따라 승부차기를 성공시켰고, 한국 역시 이소담(16·현대정과고), 김다혜(17·현대정과고), 김아름(17·포항여전자고)이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키며 4-4 동점을 기록했다. 5명의 키커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나라는 한번의 실수가 패배로 연결되는 살얼음판 승부를 시작했지만 6번째 키커에서 승부가 갈렸다. 일본의 키커로 나선 무라마츠 토모코가 크로스바를 맞히며 득점에 실패한 반면 장슬기가 때린 공은 히라오가 뻗은 팔을 지나치며 120분간의 혈투를 마무리지었다.
이날 경기는 승부차기 결과가 말해주듯 쉽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의 난타전이었다. 한국은 이정은이 전반 6분 선제골을 넣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전반 11분 나오모토 히카루와 전반 17분 다나카 요코에 중거리슛으로 연속골을 허용하며 1-2로 끌려갔다.
이후 패스 게임에 이은 중거리슛으로 게임을 풀어가는 일본에 다소 고전하며 별다른 기회를 찾지 못하던 한국은 전반 종료 직전 주장 김아름이 깨끗한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며 2-2 동점을 만들었다.
한국은 후반 들어 멕시코전에서 부상당했던 김다혜를 주수진(17·현대정과고) 대신 투입하며 역전을 노렸으나 일본 수비에 번번이 막혔다. 오히려 후반 12분 요코야마 구미에 왼쪽 돌파를 허용하며 재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요코야마의 패스를 받은 가토 치카가 한국의 수비수 2명을 뚫고 재역전골을 터뜨렸다. 재역전골로 기세를 올린 일본은 한국 진영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후반 18분에는 다나카가 감아 찬 슛이 골키퍼 김민아의 손을 맞은 후 골대를 맞고 튕겨나가기도 했다.
최덕주 감독은 2-3으로 끌려가던 후반 33분 김나리(17·현대정과고) 대신 이소담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고 이 작전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이소담은 투입된 지 1분도안돼 멋진 중거리슛으로 한국을 수렁에서 구해냈다.
이날 한국은 전체 슈팅수(15대 37) 및 유효 슈팅수(9대 22), 점유율(46%대 54%)에서 일본에 뒤졌지만 파울 수 21개(일본 7개)에서 보여주듯 강한 압박과 집중력으로 상대를 무너뜨렸다. 최 감독은 “이른 시간에 역전골을 내주며 분위기가 다운됐는데 전반 종료 직전 김아름의 멋진 골로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었다”며 “마지막 승부차기까지 끈기를 발휘한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결승전에 앞서 열린 북한과 스페인의 3, 4위전은 스페인 하구엘 피넬의 결승골로 북한이 0대 1로 져 4위에 머물렀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