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책을 활용하는 교회가 늘고 있다

입력 2010-09-26 15:57


[미션라이프] 교회 이름과 소식이 들어간 큐티(Quiet Time·경건의 시간)책이 늘고 있다. 큐티 전문 출판사에 의뢰해 교회 소식을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부 대형교회는 자체적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경건훈련을 공동체에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큐티는 ‘매일성경’을 만들고 있는 한국성서유니온선교회가 1972년 한국교회에 처음으로 소개했으며, 80년대 후반 경건훈련 열풍이 일면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현재 시중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장년, 목회자용, 큰 글씨, 각종 역본 대조 등 30여종이 큐티책이 발행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평신도 경건훈련의 중요성에 눈을 뜬 교회들은 큐티책 제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교회는 성도들이 매일 같은 말씀을 묵상하면서 공동체성을 높이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생명의 삶’ 장덕은 편집부장은 “교회에선 주로 새벽기도회와 소그룹 모임에 활용하는 데 매일 전교인이 같은 본문으로 하루를 시작하기에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면서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필진은 이 분야에 조예가 깊은 목회자나 신학교 교수에게 부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편집부장은 “큐티책의 맨 겉장 앞뒤 4개면에 예배시간 소개나 광고가 나가고 있다”면서 “이런 방법으로 78개 교회가 1만1000권을 신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큐티 성경통독 박지영 팀장은 “큐티책으로 새벽기도회를 진행하면 3년 단위로 성경 전체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보통 부교역자들이 번갈아가면서 새벽기도회를 인도하다보면 일관성이 떨어지기 쉬운데 큐티책을 이용하면 이런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큐티책에 교회소식을 실으려면 보통 300부 이상 신청해야 한다. 표지엔 주로 담임목사 메시지와 교회 소식, 새신자 얼굴 등을 싣는데 1개월 전 자료를 보내줘야 한다.

‘매일성경’ 김대로 간사는 “교회뿐만 아니라 중앙기독초등학교와 굿뉴스사관학교, 인터콥 등 기독학교와 선교단체도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50여개 교회에서 2만5000여권을 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간사는 “서울 영락교회 청년부와 두레교회는 표지 4개면뿐만 아니라 더 많은 지면을 활용하고자 매일성경의 본문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다”면서 “교회 잡지나 소식지 수준을 원하는 교회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인력과 재정이 뒷받침되는 서울 사랑의교회와 광림교회, 평촌 새중앙교회 등 대형교회들은 아예 자체적으로 책을 만들고 있다.

사랑의교회는 2005년부터 ‘날마다 솟는 샘물’이라는 큐티책을 내놓고 있는데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고 있다. 집필디렉터 김철우 목사는 “제자훈련과 함께 경건의 일상성을 위해 말씀묵상 훈련의 중요성이 꾸준하게 제기돼 시작하게 됐다”면서 “목양을 담당하고 있는 교역자 15명이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어 성도들의 삶과 밀접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목사는 “4만부를 발행하고 있는데 1만1000부가 교회에서 소화되고 나머지는 외부로 나간다”면서 “사랑의교회용과 외부용을 별도로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림교회도 하루에 성경 1장을 1독한다는 목표 아래 ‘온타임’이라는 큐티책을 지난 1월부터 내놓고 있다. 교회 부설 목회연구원에서 제작하며 2000부를 찍고 있다. 목회연구원 출판부 권순정 목사는 “큐티책 발간을 통해 성경공부를 강조하는 교회만의 색깔을 굳힐 수 있다”고 말했다. 평촌 새중앙교회 ‘해피투게더’ 이상영 편집장은 “교회 소식지에 큐티를 부록으로 넣는 형태로 발간하고 있다”면서 “외부 필진에게 의뢰하며 4000권을 만들어 새벽기도회와 큐티학교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지속적으로 내용의 수준을 유지할 수 있냐는 것. 사실 30일치 큐티 본문을 만드는 것은 설교 30편을 쓰는 것 못지않게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다. 한 권의 책을 매달 만들기 위해선 교정과 편집, 제작, 독자관리 등 최소 5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달라붙어야 한다. 실제로 모 교단은 의욕적으로 큐티책 제작에 들어갔지만 필진 확보와 재정 압박을 견디지 못해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2000년부터 교회의 지원 없이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보시니 참 좋았더라’를 만들고 있는 지형은 성락교회 목사는 “같은 말씀으로 신앙적 연대감을 형성하고 교인들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A4용지 1장 분량의 글을 써야 하고 7000권을 제작할 경우 순수 제작비만 매달 1000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지 목사는 “교회에서 만들더라도 ‘매일성경’이나 ‘생명의 삶’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수준을 지녀야 한다”면서 “교회는 단순히 과시나 경쟁보단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삶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일성경’ 편집자 박대영 목사도 “25만명의 독자에게 양질의 책을 제공하기 위해 50명의 필진이 글을 쓰고 이걸 다시 편집자들이 2개월간 국내외 논문과 주석을 샅샅이 뒤져 비교하며 교정한다”면서 “큐티 출판사의 특화된 전문성을 활용치 않고 교회가 무리수를 두다간 오히려 ‘불량품’을 만들어 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