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쟁 된 영토분쟁… 中 압박에 日 ‘항복선언’

입력 2010-09-24 21:51


일본이 24일 중국인 잔치슝(詹其雄) 선장을 석방키로 결정함에 따라 극단으로 치닫던 중·일 외교적 갈등은 일단 해결국면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영유권 분쟁에서 전면적인 경제전쟁으로 비화된 이번 갈등은 결국 중국의 압박에 일본이 백기를 든 양상이다. 중국은 아시아 최강대국으로서 확실히 자리매김한 반면 일본은 앞으로도 중국에 끌려 다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릐일본의 사실상 참패=일본은 중국의 파상 공세에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함으로써 국내외적으로 모양새를 많이 구겼다. 일본 당국은 그동안 중국의 거듭된 항의에도 “(일본의) 사법 절차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며 자국 내 재판에 넘겨 판례를 남기겠다는 뜻을 명백히 밝혔지만, 중국의 힘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실효적으로 지배해온 센카쿠 열도를 중국 의도에 따라 국제적 분쟁 지역으로 공론화하는 나쁜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일본의 손실은 이것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 경제가 얼마나 중국의 보복에 취약한가를 뚜렷이 드러냈다. 일본은 23일 미·일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끌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일본 관광 축소, 첨단산업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稀土類) 금속의 대일수출 금지, 도요타 자동차 등 일본 기업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 등 중국의 경제적 압박이 본격화되자 바로 두 손을 들었다.

게다가 중국이 보복책으로 일본 국채를 사들여 엔고 현상을 부채질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조성되고 중국의 공공사업 입찰에서 일본 기업의 배제 등의 우려 등이 일본으로 하여금 이번 사태를 서둘러 봉합하게 만들었다.

일본 민주당 정부는 이번 사태로 외교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따가운 국내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다만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후텐마 기지로 한동안 소원했던 미국과의 동맹이 강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효과로 꼽을 수 있다.

릐중국의 승리=중국은 지속적인 대일(對日) 압박으로 일단 잔치슝씨를 조건 없이 석방시키는 데 성공했다. 공산당 지도부 입장에선 자국 국민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국내 비판여론을 무마할 수 있게 됐다.

가장 큰 성과는 일본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댜오위다오를 국제 분쟁지역으로 공론화한 것이다. 여기에 곳곳서 주변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고 소수민족 문제를 안고 있는 중국 입장에선 국제사회에 주권에 관한한 강경대응을 한다는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도 성과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선장 석방이라는 1차적 요구가 달성된 이후에도 일본과의 물밑 협상을 통해 추가적 이익을 챙길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기회에 센가쿠 열도 분쟁과 관련해 더욱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후속 조치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중국의 대일 경제적 압박이 쉽게 풀리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과의 동중국해 가스전 공동개발 협상을 해오다 독자개발 추진하겠다고 밝힌 시라카바(春曉·중국명 춘샤오) 가스전 문제, 중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의 대일 수출 재개 등은 중국 정부의 의지를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승리에도 그림자는 있다.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하는 미국과 아세안 10개국간의 정상회담 등에서 또 다른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난사(南沙)군도와 시사(西沙)군도 문제를 다자간 협의로 풀자는 논의가 나올 경우 중국은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장지영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