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자주개발 10% 시대 열었다

입력 2010-09-24 21:56

한국석유공사가 영국 석유회사인 ‘다나 페트롤리엄’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석유 자주개발률이 사상 처음 10%를 넘어서는 동시에 해외 석유개발 사업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석유공사는 “영국 석유탐사업체 다나 페트롤리엄 주주들을 상대로 주식 공개매도 의사를 접수한 결과 34.76%에 해당하는 지분의 주식매각 동의서를 얻어냈다”고 24일 밝혔다. 이로써 석유공사는 지난 17일 런던 시장에서 매입한 다나 주식 29.5%를 포함, 총 64.26%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다나의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넘겨받게 된다. 석유공사는 다음 달 7일까지 공개매수 대금을 지급해 정식으로 주식을 취득할 예정이다.

공사에 따르면 다나의 주식매수 비용은 1조9000억원가량으로 향후 보통주와 전환사채를 100% 전량 인수할 경우, 3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액만으로 따진다면 우리나라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성공한 셈이다.

석유공사의 다나 인수는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에너지 공기업이 외국 에너지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를 성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석유 자주개발률을 사상 처음 두 자릿수로 끌어올렸다는데 의의가 있다.

영국의 독립계 석유개발업체인 다나 페트롤리엄사는 영국 북해와 이집트, 북·서아프리카 등 세계 36곳에서 2억4400만 배럴의 원유를 보유한 중견 업체다. 세계 2위 규모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사의 보유량(180억 배럴)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연간 수입량 중 4분의 1에 달한다. 석유공사는 다나 인수를 통해 우리나라의 전체 원유 수입량에서 우리 자본의 참여로 들여오는 물량 비중(자주개발률)이 현재 9%에서 10%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 석유 자주개발률은 2005년 4.1%에서 2006년 3.2%, 2007년 4.2% 등으로 답보 상태를 보이다가 M&A에 나서기 시작한 2008년 5.7%, 캐나다 하비스트사를 인수한 지난해에는 9%까지 올라섰다. 현재 석유공사는 페루와 캐나다, 카자흐스탄 등에 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다나 사 인수로 해외 석유개발 사업의 핵심 거점을 미주와 구소련 지역에서 북해, 아프리카 전반으로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면서 “지속적인 해외사업 확장으로 석유 자주개발률을 2030년에는 4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