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합의 실패… 北, 상담장소 내세워 금상산관광 재개 요구
입력 2010-09-25 00:57
남북은 24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적십자 2차 실무접촉을 가졌지만, 북측이 ‘상봉 장소’를 매개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강력히 요구함에 따라 합의에 실패했다. 남북은 다음달 1일 개성에서 추가 접촉을 갖기로 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은 상봉 장소로 이산가족 면회소를 이용하려면 금강산지구 내 몰수·동결 조치가 해결돼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금강산 관광 재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면회소가 안 될 경우 금강산지구 내의 다른 시설을 사용하자고 제안했으나 북측은 지구 내 모든 시설이 몰수·동결돼 있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북측은 지난 4월 남측의 금강산 관광 중단을 이유로 이산가족 면회소 등 금강산지구 내 건물들에 대해 일방적인 몰수·동결조치를 내렸다.
우리 측은 “이번 실무접촉은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것이며, 금강산 관광과 이산가족상봉은 별개의 문제”라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2008년 7월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씨 피격 사건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대책,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등 3대 과제가 해결돼야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때문에 남측의 금강산 관광 재개, 북측의 동결·몰수조치 해제, 이산가족 상봉 순으로 문제를 풀자는 북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측은 우리 측이 제안한 이산가족상봉 정례화와 관련, “다음달 중순 적십자 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상봉 정상화 등 인도주의 사업 활성화 문제를 협의하자”고 제의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남북은 이날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위한 전체회의 4차례, 장소 논의를 위한 별도 접촉 4차례 등 8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양측이 장소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당초 다음달 21~27일 개최될 것으로 잠정 결정됐던 이산가족상봉 행사는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차 접촉에서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20일 만에 상봉인원 선발, 명단 교환, 생사확인 등 관련 절차를 마무리 짓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