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건강’ 불났다… 질병 시달리는 소방공무원 4년새 2배↑
입력 2010-09-24 18:45
소방공무원 10명 중 4명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에 이상이 생긴 소방공무원은 최근 4년 사이 2배 넘게 증가했다. 이들은 독성물질에 노출돼 고통을 받는데도 장비 세척 등을 위한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고,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질환 조사나 치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소방공무원 특수질병 검사 실시 인원 2만9009명 가운데 1만3154명(45.3%)이 각종 질환을 앓고 있거나 발병 가능성이 높은 질병관리 대상으로 판정됐다.
질병관리 대상은 2005년 6160명에서 2006년 8872명, 2007년 9484명, 2008년 1만1155명으로 매년 급증했다.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매년 전체 소방공무원 중 2000∼4000명이 건강검진에서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질병관리 대상은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해에는 전체 3만1884명 가운데 2875명이 건강진단을 받지 못했다.
소방공무원이 가장 많이 앓는 질환은 ‘눈귀 유양돌기 질환’(3966명·30.5%·2009년 기준)이었다. 이어 순환기계 질환 3817명(29.3%), 소화기계 질환 1808명(13.9%), 호흡기계 질환 920명(7.0%), 내분비계 질환 791명(6.0%) 등 순이다.
특히 유양돌기 질환자는 2006년 대비 305%(2989명) 증가했다. 유양돌기 질환은 만성 중이염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세로 극심한 기압 변화에 노출된 사람 등에게 주로 나타난다. 화재 현장을 오가는 소방공무원에게 취약한 질환이지만 관련 대책은 전무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강제구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1%도 안 되는 질환이 특정 직업계층에 나타나는 건 특이한 현상”이라며 “종합적인 원인 분석과 진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환기계 질환 역시 전년 대비 60%(1438명) 증가했지만 대책은 허술했다. 고지혈증이나 협심증 등을 일으키는 순환기계 질환은 독성물질 흡입 등이 주 원인이다. 하지만 호흡보호장비에 묻은 불순물 세척을 위한 정비실이 마련된 곳은 전국 183개 소방서 중 16곳에 불과했다. 22곳의 소방서가 있는 서울에는 성내동과 신대방동 소방소 2곳에만 마련됐다. 35곳의 소방서가 있는 경기도 역시 파주와 여주 2곳에만 정비시설이 설치됐다.
특수건강진단 기관으로 지정된 병원도 전국적으로 131곳에 불과해 나머지 소방서는 다른 지역 검진 기관을 이용해야 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재난 현장의 유해인자를 분석하고 소방공무원 보건 관리를 위한 모델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올 연말 연구가 완료되면 법제화를 통해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전웅빈 임세정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