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시기’ 법원 판단 제각각… 같은 공소사실에 엇갈린 판결 논란

입력 2010-09-24 18:34

마약사범에 대한 법원 판결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마약사범은 투약 시기와 장소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은데 투약 시기와 장소가 특정됐는지를 놓고 법원마다 엇갈린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혐의를 부인하는 마약사범에게 법원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는 셈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24일 대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히로뽕을 투약하고 지인에게도 넘겨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투약 시기를 ‘2009년 8월 10∼19일 사이’, 장소는 ‘서울 또는 부산 등’으로 제시했고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투약 시기·장소가 불분명하다”며 마약 투약 혐의는 공소기각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대법원 3부는 “A씨에 대한 소변검사 등으로 투약 시기·장소가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특정됐다”며 2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반면 B씨의 경우 검찰은 히로뽕 투약 시기를 ‘2009년 3∼5월 사이’, 장소는 ‘피고인 부산 자택 및 부산 일대’로 제시했고 1·2심은 이를 인정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 5월 대법원 1부는 “공소사실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부산지법으로 환송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마약사범은 소변 또는 모발 검사와 통신 조회를 통해 마약 투약 시기·장소도 객관적 방법으로 특정하고 있다”면서 “법원이 마약 복용 사실 자체보다 공소사실의 형식적 측면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고 반발했다. 한 마약범죄 담당 부장검사는 “투약 사실을 자수한 마약범은 처벌되고, 부인하는 마약범은 풀려나는 불공평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법원이 마약 투약 시기·장소에 대한 공소사실 인정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공소사실에서 단순히 얼마나 투약 시기와 장소가 압축됐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피고인의 항변을 최대한 반영하고 제출되는 증거와 주변 정황 등을 따지다 보면 투약 시기·장소에 대한 재판부 판단이 엇갈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현 노석조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