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이후, 김정은 독재 아닌 섭정 가능성… 새 세력과 그랜드 바긴 시도해야”
입력 2010-09-24 18:06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일선에서 물러날 경우 한국 미국 일본 등 6자회담 당사국들이 새롭게 들어설 북측의 섭정 세력과 ‘그랜드 바긴(일괄타결)’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실장은 최근 펴낸 ‘핵을 보유한 북한의 도전, 어두운 구름속의 한 줄기 빛’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부시 실장은 향후 북한의 권력 체제는 김 위원장의 삼남 정은의 일인 독재가 아니라 섭정 형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 체제로 이어져 온 후계 구도에 변화가 올 수 있다”며 “권력의 핵심에 포진한 이들에 의한 섭정이 들어설 개연성이 가장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부시 실장은 “미국 등 관련국들은 향후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의 섭정 세력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큰 틀에서 이뤄지는 회담에 참여하는 게 북한 정권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것임을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선 북한과 한·미·일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 불신 상황부터 타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관련국들이 적절한 인센티브와 압력을 동시에 구사하는 미래지향적인 전략·전술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실장은 특히 “북한에 새로운 지도체제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추가 도발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도발 행태로는 남한 해군 함정에 대한 공격,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사건, 미사일 및 핵 실험 등을 꼽았다. 그는 “북한 내 정치적 변화로 인해 심각한 불안정 상태가 초래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권력 세습 실패로 인한 정권 붕괴라는 상황까지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