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로… 해결사로… 政·靑 정무라인 ‘3각편대’ 떴다

입력 2010-09-24 18:31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이재오 특임장관으로 짜여진 청와대와 정부 정무라인 3각 편대가 여권 내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들이 호흡을 맞춘 지는 두 달에 불과하지만 친박근혜계와의 화해, 야권과의 관계개선 등 해묵은 숙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평가다.



임 실장과 정 수석은 지난 7월 초 취임 직후 이명박 대통령에게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회동을 건의해 성사시켰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두 사람은 7·28 국회의원 재·보선 전부터 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와의 회동을 건의했고, 이 대통령도 고민 끝에 승낙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 수석이 이 대통령의 ‘전령’으로 박 전 대표를 수차례 만난 끝에 8·21 회동을 이끌어냈다. 2년 반 동안 계속됐던 친이·친박계 갈등은 회동 이후 화해 모드로 돌아섰다. 여권 관계자는 “정 수석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신뢰도 회동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현안을 사전에 논의한 다음 이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장관이 내각에 입성한 이후로는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의 관계가 개선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래 가장 관계가 좋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안 통과와 관련한 미션들이 이 장관에게 많이 내려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3인방은 1주일에도 2∼3차례씩 정기적으로 만나 현안을 조율한다. 임 실장 주재로 열리는 일요일 청와대 수석회의에 이 장관이 참석한다. 2주마다 열리는 당·정·청 수뇌부 회의에도 3인은 고정멤버다. 이외에도 수시로 비공식 모임을 갖고 인사정책 등을 논의한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이 김태호 총리 후보자 등에 대한 발 빠른 낙마 결정을 내린 데에도 이들의 정무적 판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세 사람 모두 ‘기획’보다는 ‘현장’ 목소리를 중시하는 편”이라며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등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으니 일하기가 한결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들의 역할은 김황식 총리 후보자가 임명된 뒤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 후보자의 특성상 관리형 총리일 수밖에 없고, 정무 기능은 3인방이 맡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물론 역할이 커질수록 부담 또한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잠룡’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광폭 행보를 하고 있는 이 장관이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설 경우, 여권 내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임 실장은 자신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공정 사회’의 성패가, 정 수석은 청와대 입성 후 처음으로 맞는 정기국회 결과가 향후 입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