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부의 면피성 인사쇄신안

입력 2010-09-24 17:20

외교통상부가 부적격 외교관 퇴출 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외교관 조직에 경쟁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현재 공관장 발령 때만 실시하는 적격 심사를 내년부터 본부 과장 및 해외공관 참사관 진급 시와 고위공무원단 편입 시에도 적용해 세 번 탈락하면 자동 퇴출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부적격자를 퇴출시킨다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외교부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과는 거리가 멀다. 외교부 내부의 경쟁이 문제가 아니다. 외교부의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개혁의 목표여야 한다.

외교부는 유명환 전 장관 딸 특혜 채용 때문에 드러난 인사 난맥상을 철저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고작해야 하위 20%를 걸러내는 식의 제도는 고식적인 미봉책이다. 그렇게 해도 보이지 않게 인사 특혜를 받아온 계층은 여전히 살아남기에 유리하다. 출신교와 근무지 등으로 맺어진 연고주의에 더해 특혜 채용에서 드러난 가족주의를 어떻게 불식하느냐가 중요하다. 본부 북미국과 미국 일본 근무 등 꽃 보직을 특혜 그룹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특혜 채용으로 외부 전문인력 채용의 취지를 망가뜨려 순혈주의 벽을 높여온 잘못된 풍토를 없애야 한다.

외교부가 가동하고 있는 인사쇄신 태스크포스(TF)로는 제대로 된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외교부가 환골탈태하려면 강력한 의지를 가진 외부 인사가 개혁을 추진하는 게 정답이다. 유엔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문에 지금 외교장관의 빈 자리가 커 보인다. 그러나 급하다고 해서 장관 인사를 그르치면 외교부의 조직병은 골수로 파고들게 된다. 피가 나더라도 자를 것은 잘라낼 수 있는 강단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외교부 출신 인사로는 온정주의 덫에 걸리지 않을 수 없다.

교통의 발달로 중요한 외교 현안은 정상외교로 해결하는 시대다. 주재국 대사의 몫은 그만큼 축소됐다. 이미 주요국의 해외 공관은 현지의 정치 경제 동향을 수집해 국가전략에 활용토록 하는 일상적 정보활동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최근 일어난 리비아와의 외교 마찰은 그런 활동을 국정원에 일임한 우리 외교의 후진성을 드러낸 사례다. 근본적으로는 외교부의 전략 목표를 재설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