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삼베류, 풀기 꼭 빼세요… 여름 옷·이부자리 손질법
입력 2010-09-24 17:23
참 변덕스럽다. 요 며칠 마 재킷이 차갑게 느껴지고, 빳빳이 풀 먹여 덮었던 삼베 이불이 까칠하기만 하다. 길고 지루했던 올여름 내내 입고 덮었던 것들을 정리해야 할 때가 된 것. 옛날부터 처서가 지나면 모시나 삼베의 풀 먹인 올 부분이 상한다고 했다. 올여름은 늦더위 때문에 처서(8월 23일)가 지난 뒤에도 한참을 쓴 셈이니 서둘러 손질하자. 더 늦어지면 한여름 잘 사용했던 이불과 옷들이 천덕꾸러기가 될 뿐 아니라 내년 여름에 다시 쓸 수 없을 만큼 망가질 수도 있다.
크린토피아 R&D 박성민 연구원은 “소재가 얇고 밝은 색이 많은 여름옷은 세탁 도중 변형이 생기기 쉽고, 보관할 때도 변색이 잘 되므로 꼼꼼하게 세탁, 보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빨래를 하는 면 제품도 흰색 등 밝은 색이라면 목과 소맷부리 등에 묻은 진때를 깨끗이 없애야 한다. 진때가 낀 부분에 주방용 세제나 샴푸를 30분쯤 발라두었다 세탁하면 된다. 하얀 옷이 전체적으로 누렇게 변했거나 얼룩이 생겼다면 달걀 껍질이나 레몬 껍질을 넣고 삶으면 제 색을 찾는다. 색깔 옷은 헹굼물에 식초를 한 두 스푼 넣으면 색이 다시 선명하게 살아나므로 제 색을 살려 보관하도록 한다.
한여름 가장 사랑받는 소재 중 하나인 모시는 세탁과 보관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올이 가늘고 촉감이 깔깔해 통풍이 잘되고,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 모시는 그 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풀을 먹여 입는다. 친환경패션브랜드 이새의 김소영 대리는 “모시옷을 보관할 때 풀기를 없애지 않으면 곰팡이나 벌레가 생기므로 30∼40도의 미지근한 물에 담가 풀기를 완전히 없앤 뒤 세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탁도 중성세제보다는 액체로 된 알칼리성 세제나 빨래비누로 살살 주물러 빨아 깨끗한 물에 여러 번 헹궈야 한다. 모시는 방충성이 있기 때문에 풀기만 없애면 좀이 슬거나 상하지 않아 내년 여름에도 새 옷처럼 입을 수 있다.
모시보다 값이 싸면서 열전도율이 높고 뻣뻣해서 시원한 마(린넨) 소재 옷은 한두 번 드라이클리닝을 한 다음부터는 30도 이하의 미지근한 물로 손빨래를 하면 된다. 내구성이 강해 빨래비누로 빨아도 되지만 장식이 있다면 중성세제에 빨아 충분히 헹군 뒤 힘주어 짜지 말고 탁탁 털어서 그늘에 널어 물기를 빼도록 한다.
이브자리 수면환경연구소 고도담 연구원은 “여름 이불을 보관할 때 포인트는 먼지와 습기를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땀에 젖은 여름 이불을 소독하겠다고 뜨거운 물로 세탁 하면 변형되거나 변색이 되므로 반드시 미지근한 물이나 찬물에 중성세제로 세탁하라”고 당부했다. 모시나 마 이부자리는 옷과 같은 요령으로 손질하면 된다. 삼베 이불은 모시와 마찬가지로 풀기를 완전히 빼야 한다. 쌀뜨물이나 묽은 중성세제에 하룻밤 정도 담갔다가 미지근한 물에 손세탁 한다. 합성세제로 빨래하면 변색될 수 있다. 젖은 상태에서 양쪽으로 잡아당긴 뒤 털어서 그늘에서 말려 다림질을 해 두면 보푸라기가 생기지 않는다.
인견은 천연 펄프로 만든 천연소재여서 물세탁을 하면 줄어들 수 있다. 처음 1∼2번은 드라이클리닝해주는 것이 안전하며, 그 다음에는 세탁망에 넣어 울코스로 세탁해 그늘에서 말려 보관한다. 면제품은 뒤집어서 지퍼를 닫은 뒤 빨아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널어 말려 보관한다. 고 연구원은 “양모가 들어 있는 차렵이불은 2∼3년에 한 번만 세탁을 하되 찬물로 손빨래를 해야 조직 손실을 줄일 수 있으며, 이불 압축팩은 양모의 공기층을 줄일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일러 준다. 양모 이불은 습기가 찬 채로 오래 방치하면 지방이 변질돼 악취가 날 수 있으므로 평소 수시로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말리고, 이불이 납작하게 숨이 죽었을 때만 일광소독을 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