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남자, 그의 선이 부드러워졌다… 남성패션 유행 스타일은?
입력 2010-09-24 17:23
가을은 바로 문 앞까지 와서 문을 살짝 열까, 노크를 먼저 할까 망설였나보다. 요즘 새벽은 서늘하기까지 하다. 계절에 둔감한 남성들도 이제 가을 옷을 꺼내야 할 때임을 느낄 만한 날씨다.
풀었던 넥타이도 매고, 재킷도 걸치게 되는 가을은 남성들이 더 멋스러워지는 때다. 더구나 올가을은 조끼까지 갖춘 3피스 슈트,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 트렌치코트 등이 유행 아이템으로 꼽히고, 다양한 색상과 패턴의 신사복이 등장해 정장으로도 개성을 한껏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울퉁불퉁한 몸매가 드러나 새 옷을 입어 보기조차 겁났던 이들도 이번 가을에는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다. 최근 몇 해 동안 남성복 시장을 장악해 왔던, 몸에 딱 붙는 슬림핏 대신 편안함을 강조한 실루엣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예전처럼 펑퍼짐한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 지난 가을 어깨를 강조하고 허리를 딱 맞게 했던 재킷의 경우 어깨 패드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면서 허리가 다소 여유 있는 정도다. 바지도 허리부분에 주름이 아예 없는 노턱(No-Tuck), 또는 하나 있는 원턱(One-Tuck) 스타일이어서 배가 나왔다면 폼을 기대할 수 없다.
갤럭시 이현정 디자인 실장은 “3 피스 슈트, 더블 브레스티드 슈트 등이 유행하는 것은 부드럽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클래식 스타일에 럭셔리한 영국풍 분위기가 더해져 클래식이 화려하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런가하면 타운젠트 송현옥 디자인실장은 “보다 자연스러운 느낌의 실루엣인 ‘소프트 피트(Soft Fit)’가 강조되는 가운데 바지통이나 허리선을 부드럽게 해 편안한 착용감을 강조한 정장들은 최근 강세를 보였던 클래식 열풍이 한풀 꺾이며 모던으로 가기 위한 준비 단계에서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성복 디자이너들은 올가을을 최근 부활했던 정통 클래식이 진화와 변화를 겪는 시기로 진단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이든 정통은 약간 따분하게 마련. 약간의 기울기가 더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멋스러워진다는 뜻이니 멋쟁이들은 올가을을 더욱 기대해볼만하지 않을까.
변화를 시도하는 이번 가을 남성 정장들은 색상도 다채로워졌다. 회색 카키 갈색이 뜨고 있으며, 검정과 감색도 여전히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로가디스 컬렉션 김나라 디자인 실장은 “카키색은 군복을 연상시켜 남성들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올가을은 카키색이 변신에 성공해서 큰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가을 카키색은 특수 워싱가공으로 낡은 듯한 느낌을 강조하거나 회색, 카멜색과 섞어 군복색의 느낌을 완전히 빼버렸다.
단색(솔리드) 정장만을 고집했다면 이번 가을에는 변화를 줘보자. 그 어느 시즌보다 다양한 체크 패턴이 선보이고 있으므로. 캠브리지멤버스 최경복 디자인 실장은 “올가을에는 영국 귀족의 여유로움을 표현해주는 잔잔한 체크 패턴이 유행할 것”이라면서 “갈색과 회색, 갈색과 자주 등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의 컬러가 섞여 만들어 내는 체크 패턴은 올가을 남성들의 멋을 완성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침대가 과학인 시대, 남성정장도 과학의 범주로 넘어가고 있다. 좀 더 편하면서 더욱 멋스런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성 소재가 개발되고 있다
니나리치 남성복 정수강 디자인 실장은 “다양한 기능성 소재가 개발돼 쾌적한 착용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올가을 남성복의 특징”이라며 “스트레치 소재, 물세탁이 가능한 소재, 온도조절기능 소재, 오염방지, 주름방지 기능 등 다양한 기능성 소재가 나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트레치 소재는 몸에 잘 맞으면서도 활동할 때 편하게 해줘 올가을 신상품들이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소재다. 주름방지 기능소재는 오후에도 아침 출근 때처럼 말끔한 모습을 유지시켜줘 멋쟁이들이 눈여겨봐야 할 소재다. 알뜰파라면 물세탁이 가능한 소재에 관심을 갖게 될 터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